[태화강]지역소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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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지역소멸 시나리오
  • 경상일보
  • 승인 2021.08.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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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인구감소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인구통계 사상 최초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오랫동안 기약 없이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인구감소에 대응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직간접적인 다양한 정책들을 전개해 오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20여 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야기되는 문제는 크게 인구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의 3가지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가운데 지역소멸 현상이 특히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는 2604만3000명, 총인구의 50.2%로 이미 비수도권 인구를 앞지르고 있다. 이는 50.0%를 차지한 2019년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전국 읍·면·동의 약 30% 정도인 1047개 단위가 인구노후도가 2.0 이상, 가구노후도가 1.0 이상인 ‘인구제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선택과 집중의 성장과 발전계획에 따라 수도권을 메가시티로 육성하는 것은 하나의 국가전략상 유효한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러나, 국토의 균형발전과 제한된 땅덩어리의 효과적인 활용의 측면에서 작금의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소멸의 방치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수도권 집중화는 고등교육 현장에서도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최근 지역대학의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나 실상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20여 년간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률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에 연유한 것이고, 이제 이것이 대학의 경쟁력이 되어 가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수도권에 문화, 산업, 일자리가 집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쟁력이 그 입지에 달려있다면 ‘웃픈’ 일이지 않겠는가. 이런 추세라면 대학의 경쟁력은 따로 볼 것도 없이, 갈수록 지역 대학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지게 마련이고, 지역대학의 쇠락 위기는 지역소멸로 연결될 것이다.

지역의 주요 거점도시인 부산과 울산의 지난 7월 평균 고용률은 57.0%로 전국 평균 61.3%에 한참 못 미친다. 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 수는 3.8개로 전국 평균 5.8개의 65% 수준이며, 인구증가율은 -0.7%로 지속적 감소세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광역권 통계치이다. 시군구 및 읍면동 단위 통계를 보면 그야말로 지역소멸이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할 지경이다. 수도권에서 먼 남부지역 다수 소도시의 재정자립도는 15%를 넘지 못하고, 고령인구비율은 35%를 상회한다. 게다가 출생아 수는 월평균 10명 미만이다. 그런데도 월평균 사망자 수는 20~40명 수준이다. 어찌 지방소멸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방소멸은 읍면동에서 시작해서 시군구로 번져 나간다. 종국에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광역시도 또한 쇠퇴와 소멸의 문턱을 넘을 수밖에 없다. 전국 모든 읍면동과 시군구를 균등하게, 균형 있게 발전시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작금의 수도권 집중화는 머지않아 국가를 비정상적으로, 기형적으로 만들어 갖은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예측의 문제인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는 현실이다. 만시지탄이나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우고 바로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때이른 대선 국면에 누구 하나 지역소멸 문제를 가지고 해결책을 내어놓질 않고 있다. 뜬구름 잡는 얘기 말고 당장 드러난 문제를 직시하고 중장기적, 단계별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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