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시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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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 시장의 조건
  • 경상일보
  • 승인 2021.08.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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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부 전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내년 6월이면 시장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육사의 ‘광야’에서처럼 백마를 타고 올 초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울산은 네 분의 선출직 시장을 거쳐서 왔지만 육사가 기다리던 ‘초인’들은 아니었다.

옛날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다. 말하자면 울산시장은 울산주식회사를 만들고 키워갈 수 있는 경제통이면서도 제도와 정책을 꾸려갈 수 있는 전문가라야 한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치 않다.

울산이 간절하게 기다리는 초인은 어떤 사람일까. 울산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민하고 정확한 사람이어야 한다. 울산의 곳간을 채워갈 수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도록, 기업하기 좋은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울산을 산업수도라 한다.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기회의 메커니즘을 살릴 수 있는 안목과 포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첫째 노사 문제를 알아야 한다. 울산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귀족노조를 만들었다. 그들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임금, 정년연장과 세습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라면 이런 노조의 이기주의와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소신과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기업의 일방적 횡포에 눌려서 지내던 저임금시대가 아니다. 열악한 작업조건 속에서 다치고 병들던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당장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에서 벗어나 함께 잘 살 수 있는 ‘이타’의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자리도 늘리고 기업의 이윤도 키워야 하고, 그리하여 나누어야 할 파이를 크게 할 수 있는 기업 성장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중앙당의 눈치나 살피고 캠프에 끌려서 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기업 환경을 읽고서 대안을 찾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하여 석유화학이 반짝거리고 조선해양이 다소간 풀린다고 하여 안주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이루어 기존의 산업을 지능화할 수 있는 경제체제, 사회구조로 바꾸어 갈수 있는 융합의 틀을 갖출 수 있는 이상을 지닌 그런 사람이라야 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산업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루어 자동화 생산체제를 도입하고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산업수도로서의 인력과 인프라를 가지고 비전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광야의 초인, 울산시장의 첫째이자 마지막 조건이다. 듀폰이나 몬산토같은 화학회사들이 농업 관련 회사들을 인수한 것은 기존의 탄수화물을 항생제나 비타민으로 바뀌어 가는 바이오산업으로의 변신이었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코로나 지원금도, 노조가 받는 복지도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임금만 오르고 생산성은 멈춰 있다면 어떤 기업인이 투자를 하겠는가? 부품 한 개를 만드는데 100이면 충분한 곳을 두고 굳이 120까지 소요되는 울산에다 투자를 하고 싶겠는가?

하나의 자동차 회사에 연관된 시너지가 얼마인가? 노동자 복지라는 명분에 숨어든 분쟁을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울산은 황폐화하고 있었다. 그것이 인구감소이고 기업들의 탈울산이다. 이런 무능과 방만을 되풀이 할 것인가? 울산만의 해법과 대안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울산의 부를 축적하고 중흥시킬 수 있는 대안의 첫걸음이다.

울산에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 그 개혁의 빈자리에는 청년 일자리부터 시작하여 젊은이들이 꿈을 안고서 찾아오는 그 때 당시의 울산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날이 오면 반드시 소득과 함께 인구는 불어 날 것이다. 지방자치가 막혀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 틀림없으나 기대가 있고 공감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시장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

신승부 전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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