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대는 크게 보면 주거지로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지리적으로 울산대공원과 남산 등 휴식·여가 공간에 가깝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울산에서 가장 선호되는 학군도 자리하고 있다. 시청·법조타운도 지근거리다. 또 공업탑로터리 주위는 근래 들어 상권이 다소 쇠퇴하기는 했으나 언제든 상권이 되살아나는 건 어렵지 않다. 외곽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단독주택 또는 근린생활시설 중심으로 조성된 오래된 택지이므로 분명 한계가 있다. 하나의 도시형태를 띠는 대단지와 달리 건물만 갖춘 소규모 공동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주거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형성돼 있는 공간 질서와 감당할 수 있는 개발 규모에 대한 고려 없이 공동주택이 막무가내로 들어서게 되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도시기반시설이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재건축을 통해 고층 공동주택과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곧 난개발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칫 주택보급률 높이기에 급급해 지자체가 무조건적으로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교육·문화·편의시설·보행환경 구축 등 도시기반시설에 대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꼼꼼하게 따지는 총체적 점검을 선행해야 한다.
도심 공동주택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우리나라 주거형태의 대표적 특징이긴 하지만 쾌적한 주거환경은 아무래도 저밀도 주거지에서 비롯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주택도 중층으로 낮춤으로써 저밀도 주거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프리미엄 주거환경을 내세우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기도 하다. 도심 한가운데서 급속하게 늘어나는 고밀도 주거지는 양극화라는 도시문제를 낳을 우려도 크다. 도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디에 얼마만큼 지을 것인가, 지자체가 권역별 도시공간구조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불량주거지를 양산하게 될까 걱정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