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자율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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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자율학습
  • 경상일보
  • 승인 2021.08.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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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말이 쉽지, 자율은 실천하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 ‘작심삼일’이 잘 쓰이는 이유는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헬스·피트니스·요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출석’이라는 말이 공감을 많이 얻는다.

공부는 더 어렵다. 공부가 어려우니 공부를 가르치는 직업인 교사가 있고,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장소인 학교가 존재한다. 석사, 박사 학위가 존중받는 이유는 그만큼 공부가 어렵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율도 힘들고, 공부도 힘든 판에 이 둘을 합쳐놓은 자율공부, 즉 자율학습은 더더욱 고통스럽다. 어떻게 고등학교 3년간 자율학습을 버텼는지 졸업생 본인들도 참 신기해한다. 예전에는 중학생들도 야간 자율학습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자율학습 시간을 충실히 보냈던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칠판에는 총원 50명, 조퇴 없음, 열외 없음, 현재 50명 등 학생 숫자가 적혀있고, 감독교사는 수시로 인원 수를 확인했다. 놀고 싶어서 무단 이탈한 학생은 다음 날 처절한 대가를 치렀다. 자율학습 시간에 떠들거나 조는 학생은 시범 케이스로 혼쭐이 났는데, 때로는 매 소리가 교실과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들도 그리될까봐 잔뜩 겁을 먹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는 그랬던 시절이었다. 즉, 타율학습이다.

물론 학생들도 최대한 꾀를 냈다. 몰래 이어폰을 끼고 최신가요를 들었고, 몰래 간식을 먹었으며, 교과서 사이에 다른 책을 끼워놓고 숨 죽여가며 읽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진짜 사나이, 원피스 등 만화책부터 무협지, 순정소설 등 사회문화적으로 굵직 굵직한 책이 당시 학생들의 감수성과 우정에 큰 울림을 줬다. 특히 퇴마록은 시사 퀴즈에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교무실에는 압수한 불온(?)서적이 수북이 쌓였다.

교사들도 고충이 있었다. 첫째, 퇴근 못 하고 야근이다. 둘째, 단속을 많이 하니 학생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다. 셋째, 가정과 사생활에 소홀해진다. 물론 교사들도 최대한 꾀를 냈다. 압수한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야식을 배달시켜 영양을 보충하고, 온갖 적발 방법을 연구하는 등 나름 생존력을 높였다.

학생과 교사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면 영화 ‘인터스텔라’ 명대사가 딱 들어맞는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금은 체벌이 금지되고, 강제 감금도 사실상 없어졌다. 학생들은 말 그대로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율과 학습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옆에서 잡아주는 학습 플래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서 입시를 상담하고, 컨설팅 해주는 담임은 학생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코로나라는 최악의 환경에서 학생들의 자율성과 학습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교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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