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60)]정상·비정상 경계의 체험 ‘사이보그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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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60)]정상·비정상 경계의 체험 ‘사이보그 설화’
  • 경상일보
  • 승인 2021.08.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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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킹 헤드(Talking head, 20×20×35㎝, 마네킹·모터·컨트롤러, 2021).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195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진 미술표현의 하나로,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작품 속에 움직이는 부분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라이트 아트와도 결부되어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빛과 움직임의 예술로 발전되기도 했다. 현재 소금나루 작은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키네틱 아트 전시 ‘사이보그 설화’의 운동주체는 관객이 없을 시에도 쉼 없이 기계음을 내며 움직인다.

검정색 암막커튼을 젖히고 들어서면 화려한 색색의 조명이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지만, 자칫하면 무서울 수도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목만 있는 마네킹 두 개와 목이 없이 날아다니고 있는 손바닥 크기의 관절 인형 두 개,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사이보그 인간처럼 실버 컬러의 앉아 있는 마네킹,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만들다 만 로봇이 보인다.

설치구조물 앞쪽의 머리만 있는 ‘토킹 헤드’는 설화 전승자로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느라 쉼 없이 떠들고 있다. 오른쪽 모퉁이에 앉아 있는 사이보그 인간처럼 보이는 것의 정체는 ‘주술사’다. 어떤 존재로부터 데이터를 내려 받고, 가슴 부분의 브라운관 TV영상에 그 이미지를 투영한다. 머리위에 떠 있는 뇌는 창조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반대편 모퉁이의 만들다 실패한 로봇의 정체는 ‘몽상가’로 사람들의 감정을 걸러주던 장치의 잔재인데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결국은 정신이 이상해지고 상처만 남은 상태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머리가 없는 관절인형은 ‘새’다. 언젠가는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쉼 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유일하게 자연으로 보이는 것은 설치구조물 중심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항아리와 거기에 담겨져 있는 물이다. 항아리에 담긴 물은 ‘신단수’이며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시작하는 상징으로써의 구조물이다. 작은 방(영상실)으로 들어가면 이 전시와 연계되는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관객이 거기에 놓여진 많은 기물들을 자유롭게 구성해 사이보그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순간처럼 자유롭고 경계 없는 시선 속에서 여러 가지의 조합들로 정상 또는 비정상의 기준과 경계를 체험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자 ‘사이보그 설화’의 주제이다.

오의진 ‘사이보그 설화’는 오는 21일(토)까지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 작은미술관(북구 중리11길2)에서 진행되며,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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