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바깥에 세워둔 차의 문을 열면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자동차 시트에 맨살이 닿으면 살이 쩍쩍 달라붙고 뒤이어 살이 발갛게 익는다. 휴대전화로는 매일같이 안전안내문자가 들어온다. 폭염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자다. 양산을 받쳐 들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말소리에서 이제 한국이 아프리카보다 더 더울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난해 나는 정말로 아프리카에 있었다. 국립국제교육원(NIIED)을 통해 ‘보츠와나’라는 국가로 파견을 갔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IT강국이자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보츠와나는 한국의 교사를 통해 컴퓨터활용능력과 정보검색능력, 그리고 선진화된 교육과정 및 교수법을 익히기 위해 한국에 교사파견을 매년 요청하고 있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서는 우리나라 교사들을 요청국에 파견하고 있다. 파견국가는 매번 달라지지만, 아프리카 또는 남미의 국가를 중심으로 파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약 6개월간에 걸친 여러 연수를 이수한 후, 2020년 1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도착했다. 파견지가 정해졌고, 나는 보츠와나에서도 ‘KANG’이라는 지역에 발령되었다.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이지만 ‘KANG’은 콜라병으로 유명한 영화 ‘부시맨’에 나오는 코이산족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부임지인 Kang Primary school에서 한국인 교사인 나는 컴퓨터 교육을 담당했다. 하지만 2019년 11월부터 학교 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PC와 태블릿은커녕 교장실 전등도 켜지지 않았다.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컴퓨터를 활용한 IT수업 대신 체육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보츠와나에서는 전 학년이 매 학기 학력평가를 치르게 되는데 이 학력평가의 결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요 교과보다는 좀 더 지도의 자유로움이 있는 체육교과를 맡게 되었다. 검은 대륙의 아이들과 붉은 태양 아래에서 뛰고 달리며 나는 가르치는 즐거움을, 아이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나와 아이들의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국을 떠날 때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 팬데믹은 곧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게 되었다. 강력 철수 권고가 내려졌고, 나는 보츠와나를 떠나게 되었다.
복직 후 나는 반 학생들과 함께 보츠와나의 아이들과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교류를 하기 위해서 3월부터 학생들에게 국제교류의 필요성과 세계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들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2학기 개학을 하게 되면 학생들과 함께 국제교류를 시도해보려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막혀있지만, 국제 택배를 통해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고, 화상채팅을 이용해 내가 보츠와나에서 느꼈던 감동과 보츠와나 학생들에게 느꼈던 즐거움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교류가 학생들이 세계시민의 일원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나의 학생들이 타 국가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18평의 작은 교실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아우르는 넓고 큰 꿈을 꾸기를 바란다.
김보민 남목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