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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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08.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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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발명과 창작은 여간 머리 아픈 것이 아니다. ‘창작의 고통’을 경험한 자라면 한 번씩은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 누군가 중의 하나로 소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들 수 있는데, 과연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 저작자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가 된다. 또한 사람보다 더 유명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앞으로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먼저 AI가 저작자, 발명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본다. 최근 한 미국인이 자신이 개발한 AI가 발명을 스스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 각국에 특허를 출원했는데, 실체 심사를 하지 않는 남아공 특허청만이 특허를 부여했을 뿐 우리나라, 미국, 유럽, 호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현행법상 자연인만 발명자가 될 수 있음을 들어 거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호주 특허청과 달리 호주 연방법원에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내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담당 판사는 “호주 법에서는 출원인이 반드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조항이 그 어디에도 없다”라면서 AI의 출원인 자격을 인정했다. 호주 특허청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2조에서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지식재산 기본법 제3조 제1호에서도, ‘지식재산’을 정의하면서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언급하고 있다. 두 법은 적어도 ‘인간’이라야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다고 명규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법은 해석상 특허의 대상을 ‘인간의 발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AI(인공지능)-IP(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2기’를 출범시켰고, ‘AI를 저작자·발명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원칙’ ‘AI 창작물의 차별적 보호 및 소유권 주체에 대한 기본원칙’ ‘AI 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 체계’ 등을 논의하였다. 언젠가 닥쳐올 AI 발명, AI 저작물을 인정하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이야기를 해 본다. 로봇이 나와서 인간을 대체한다느니 실업을 조장한다느니 하면서 걱정을 낳게 한 이후,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사람이 이제 필요 없으려나 하는 생각까지 한 번씩 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핫이슈가 되면서 우리 생활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묘한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는 ‘릴 미켈라’로서, 500만명의 팬덤과 한 해 수익 13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가상인간 ‘이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면,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으로 네이밍된 23세 여성 김래아는 LG전자의 작품으로 올해 초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1’ 프레스 콘퍼런스에 연사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한 금융회사 광고를 통해서 등장한 ‘로지’는 숲속, 도심, 지하철 등에서 춤추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실제 만나보고 싶다”는 댓글까지 달리는 등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 조회 수도 2000만 뷰를 넘어섰다.

소위 MZ세대가 선호하는 생김새를 보유하고 패션에 관심 많으며 다양한 표정을 구사하도록 만들어진 ‘김태희’ ‘전지현’ ‘한가인’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 영화 혹성탈출에서 원숭이 분장을 하고 연기하던 배우들이 리얼하다고 느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긴 하다.

앞으로 AI가 대신할 분야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변리사 업무도 AI가 할 거라고 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마 독자분들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리라. 그렇지만 필자는 좀 더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아주 골치 아프고 짜증 나는 것들만 AI에게 맡기고, 신선하면서 고도의 창의성을 갖는 그런 것만 인간이 하게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상상이 틀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인간도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그리되지 않을까.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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