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8월에는 뼈저린 반성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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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8월에는 뼈저린 반성을 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1.08.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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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변호사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 매국노(賣國奴) 이완용과 데라우치 마사타케 간의 한일합병조문 제5조. ‘일본국 정부는 공로가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별히 표창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하여 영예의 작위(爵位)를 주는 동시에 은금(恩金)을 줌’. 나라를 팔아 개인의 이익을 얻은 자들은 반역죄인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들을 친일파(親日派)라 부르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친미, 친중, 친러, 친일.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다른 나라와 친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 매국하고 반역하는 것이 문제이지. ‘친일’이라는 용어는 은근히 매국노들에게 일부분 면죄부를 주는 것이니 그냥 매국노라 하자. 부역한 사람들은 그냥 부역자라고 하고.

필자가 아는 매국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사기 조선열전이다. 이계상 삼(參)의 조선왕 우거를 죽이고 한나라에 항복한 후(尼谿相參乃使人殺朝鮮王右渠來降) 한나라로부터 삼(參)은 획청후(屬齊), 한음은 적저후(屬渤海), 왕겹은 평주후(屬梁父), 장항은 기후(屬河東), 최는 온양후(屬齊)의 작위를 받았다.(이들이 받은 봉지(封地)는 모두 중국 땅이다.) 하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 ‘부자 3대를 못 본다’는 중국왕조의 역사에 이들의 단물이 다 빠졌을 때 목숨이나마 부지했을지 의문이다. 필자는 이자들을 친한파(親漢派)가 아니라 그냥 매국노라 부른다. 이후에도 자기 일신만을 위하여 수(隨), 당(唐), 원(元), 명(明), 청(淸)에 빌붙어 자기 나라 사람을 업신여긴 놈이 왜 없겠는가.

1945년 8월15일 광복절(光復節). 대부분은 만세를 불렀겠지만, 모두 그랬을까. 매국노 자식도 있을 것이고, 매국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중은 차이가 있겠지만 부역을 하면서 자기 나라 사람과 국부(國富)를 팔아 먹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 잃은 설움 차마 잊힐리야. 독립군의 기여도 있었고, 원자탄의 투하도 있어 일본이 더 이상 한국에서 버티지 못하고 물러갔다. 한국인에게 미안하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우리는 기뻤지만 끝내 항복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6·25 휴전협정에 이름 한 줄도 못 썼다.) 하지만 이완용의 매국문서를 되새기며 폭탄맞은 일본에게 항복문서를 못 받은 이유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적당히 반일감정만 부추겨 표나 구걸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일. (참고로 북한은 1948년 9월9일에 정부수립). 광복 후 정부수립일까지 38선을 두고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이 실질적으로 국민을 통제를 한 시기였다. 남한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군정이라고 부르던 시대 ‘Occupied’. 이 것을 가지고 점령군이니 해방군이니 떠들 이유가 있나. 그리고 1950년 6월25일, 정부수립 후 2년도 못가 잿더미와 시산혈하(屍山血河)를 이뤘다. 패전 책임국이자 손배배상책임국 일본은 그 난리통을 이용해서 부흥했다. 매국노들은 일본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뜨거운 8월.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송환되었다. 굴곡진 역사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반성에 반성을 더하는 것이다. 남 탓할 일이 무엇있는가. 어리석음과 그 아픔을 뼈에 새겨 굴욕의 역사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병자호란 때 끌려간 아내와 딸들이 돌아 왔을 때, 환향(還鄕)년이라고 부르며 멸시했던 역사가 일제 강점기 정신대, 강제징용과 오버랩된다. 나라도 못 지키고 제 아내, 딸, 아들도 못 지키면서 무슨 정통(正統)을 논하는가. 그 억울함을 백년이고 천년이고 풀어주어야 당당한 국민이 아니겠는가.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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