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도심 속 정원 농장 ‘클라인 가르텐(kleingarten)’이 주목받고 있다.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클라인 가르텐은 도시 생활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텃밭 등의 농장을 일컫는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 1차 대전 후 시민들이 자급자족하도록 땅을 보급한 농업복지 프로그램이다. 남자들은 전쟁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 여자들이 식량을 책임져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빌헬름 황제는 국민에게 클라인 가르텐 이용을 장려하고 채소를 직접 가꾸어 먹을 것을 권했다. 그때 이후로 법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독일 전역에 100만 개 이상 운영 중이다. 한 개소 평균 300㎡로 1년 계약으로 임대료는 저렴하다. 집에서 걸어서 20~30분 정도 거리에 있어 텃밭과 정원을 매일 관리할 수 있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3분의 1 이상을 원예 목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아름다운 꽃과 채소를 가꾸고 있다. 사방이 울타리로 쳐져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고 가족들과 함께 마음껏 안전하게 휴식을 할 수 있고 직접 재배한 채소와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 코로나 시대에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19세기 독일의 의사 슈뢰버 박사는 환자들에게 오로지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흙에서 푸른 채소를 가꾸라’는 처방을 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건강한 먹거리와 심신 안정이 병을 고친다는 것이다. 텃밭에서 이루어지는 치유농업 활동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 생활 습관 질환 개선과 경증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이 최근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연과 함께하며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흙을 만지고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는 도시 농업이 가능한 작은 정원.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아파트 문화가 주를 이루는 우리의 실정에 맞추어 가까운 곳에 많이 생겼으면 한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