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장기계획에는 ‘ESG 글로벌 스타시티 울산’을 비전으로 4개 분야 50개 사업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계획을 위한 계획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울산시가 각 실과별로 추진 중인 사업 중에 국제사회와 연관성이 있거나 외국기업의 참여가 있는 산업들을 모두 끌어 모아 ESG(환경 Environmental, 사회 Social, 거버넌스 Governance)라는,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추구하는 경영이념에 접목시켜 놓았을 뿐이다.
울산시는 5년여 만인 2016년에 이미 국제협력과를 없앴다. 통상교류과를 만들어 국제통상담당과 국제교류담당을 두었다가 지금은 외교투자통상과에 국제교류담당만 남아 있다. 분명 뒷걸음질이다. 조례에 명시돼 있는 대로 ‘세계인이 쉽게 접근해 입지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과 함께 내·외국인 누구나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다양성과 창의가 존중되는 국제적인 도시로 변모되는 것’이라는 ‘국제도시화’를 실현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알맹이는 없애 놓고 공연히 조례라는 형식만 남겨둬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부산시는 2005년부터 국제교류재단을 만들어 국제도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의 비전은 ‘글로컬 부산을 브랜딩하는 공공외교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수립한 부산국제교류재단의 2030년 중장기계획에는 글로벌 인재양성도시, 세계평화중심도시, 국제관광마이스거점도시, 영화영상축제도시, 동북아무역허브도시, 디지털그린스마트뉴딜도시, 아세안기반 개발협력중심도시, 외국인도 살기 좋은 세계도시를 목표로 제시해놓고 있다.
국제도시화의 목표는 도시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각 도시별로 세계와 교류하고 경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 아래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도시로 거듭날 때 비로소 세계적 도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 수준에 맞는 인프라 확대, 외교 역량 강화와 국제네트워크 형성, 세계공동체적 시민의식 보급 및 확산, 외국인에 친근한 도시환경 등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1,2차 중장기계획에서 제시했던 목표를 계획서 안에 고스란히 가둬둔 채 새로운 계획을 왜 또 수립하는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