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들어 울산지역 경제는 해외 주요국의 경제활동 정상화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하면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지역 내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글로벌 경제활동이 일부 위축되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각국의 백신접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하반기 전체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회복세는 지난해 큰 폭으로 침체되었던 세계경제가 강하게 반등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가 덕을 본 측면이 강하다. 향후에도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변화와 기술혁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주요국들 간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의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선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친환경·저탄소 중심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구조변화에 신속히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국경세 부과 등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정책이 조 바이든 미대통령 당선 이후 급격히 추진동력을 얻으면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금속 등 탄소배출이 많은 전통제조업 기반의 울산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업환경의 급속한 변화에는 대기업들 조차도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보력, 자본력, 기술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기업들이 급속한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을 일으키려면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데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울산광역시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그린모빌리티, 게놈서비스, 이산화탄소자원화 산업과 더불어 스마트 조선, 부유식 해상풍력 등의 그린 및 디지털 산업을 신성장을 위한 지역주력산업으로 선정하여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지역 중소기업 지원자금이 신성장 동력 확충 및 경제구조변화 대응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지역전략산업 지원부문을 9월부터 개편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2400억원의 자금 지원과는 별도로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전략산업 등을 영위하는 지역중소기업에 낮은 이자율로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약 165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은 이를 기반으로 5000억원 이상을 이들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있다.
새로 재편되는 지역전략산업 지원부문은 그린모빌리티, 스마트조선, 미래화학신소재 및 저탄소에너지 4개 부문 32개 업종이며, 울산지역 내에서 개편되는 주력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1640여개, 이들의 매출액은 업체당 평균 376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린모빌리티 부문에는 수소·전기동력 자동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관련부품업, 스마트조선 부문은 스마트 친환경 선박기술, 자율운항 선박기술 관련 기업, 미래화학신소재 부문은 바이오플라스틱, 게놈바이오산업, 3D프린팅 소재, 저탄소에너지 부문에는 수소·연료전지, 부유식풍력발전 등 친환경에너지 생산, 폐에너지 자원화사업 등이 포함된다.
울산은 1960년대 초 공업화를 시작한 이래 지속적 발전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중심지이자 산업수도로서의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5년 전부터는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쇠락의 길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에 처해있다. 기업과 정부가 합심하여 울산의 전통제조업이 첨단 ICT 기술과 친환경 기술로 다시 태어나 글로벌 신성장 동력의 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