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전시장이 3개뿐인 울산시립미술관은 1호 소장작 ‘거북’조차 영구전시할 전시공간이 없는 것이다. 미술관 건물은 이미 완공단계다. ‘거북’은 164개의 모니터가 10×6×1.5m 크기의 거북모양으로 구성된 대작이라 전시공간 하나를 온전히 차지해야 한다. 겨우 찾아낸 공간이 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옛 울산교육연수원이다. 4년 전부터 걱정했던 일이 마침내 벌어진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에 많은 참고가 됐던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는 9개의 영구전시 작품이 있다. 야외에 있는 조각품은 차치하더라도 레안드로 엘리히의 ‘수영장’, 얀 파브르의 ‘구름을 재는 남자’, 패트릭 블랑의 ‘그린 브리지’,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프래닛 스카이’ 등은 지붕과 벽, 방 등의 건축공간로서 영구전시돼 있다. 건축설계에 전시작품이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울산시의회 김종섭 의원이 지난 24일 시민들을 대신해 “현재 옛 교육연수원 건물을 살려서 리모델링 정도로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 신축을 할 것인지”에 대해 서면질의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임시전시일 뿐, 교육연수원 부지에 미술관을 짓거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은 없다”고 30일 답변했다. 다만 “미술관의 물리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소장품을 전시할 수 없어 한정된 기한에 개최하는 이벤트이자 향후 관광자원으로 활용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연수원의 일부 공간만 정비를 해서 일정기간동안 전시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작품 전시의 효과는 물론이고 장기보관에 있어서 안전성 등에도 문제가 없을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연수원은 시설이 매우 낡아서 대대적인 보수 없이는 임시전시도 불가능하다. 비용 낭비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1호 소장작이라면서 임시전시로 그칠 수는 없다. 임시전시는 언제까지 할 것이며 그 후엔 어디에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 새로운 계획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