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남준 ‘거북’, 임시 전시 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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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백남준 ‘거북’, 임시 전시 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8.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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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울산시립미술관의 영구전시(Permanent Exhibits)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이 2017년 10월10일이다. 미술관 부지 선정을 두고 벌어졌던 오랜 논란이 끝나고 마침내 현재의 북정공원 자리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한 직후다.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정체성을 말해주는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에 소장품의 영구전시를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에 작품의 배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말 개관을 앞둔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달에야 백남준의 작품 3점을 1~3호 소장품으로 사들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시장이 3개뿐인 울산시립미술관은 1호 소장작 ‘거북’조차 영구전시할 전시공간이 없는 것이다. 미술관 건물은 이미 완공단계다. ‘거북’은 164개의 모니터가 10×6×1.5m 크기의 거북모양으로 구성된 대작이라 전시공간 하나를 온전히 차지해야 한다. 겨우 찾아낸 공간이 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옛 울산교육연수원이다. 4년 전부터 걱정했던 일이 마침내 벌어진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에 많은 참고가 됐던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는 9개의 영구전시 작품이 있다. 야외에 있는 조각품은 차치하더라도 레안드로 엘리히의 ‘수영장’, 얀 파브르의 ‘구름을 재는 남자’, 패트릭 블랑의 ‘그린 브리지’,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프래닛 스카이’ 등은 지붕과 벽, 방 등의 건축공간로서 영구전시돼 있다. 건축설계에 전시작품이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울산시의회 김종섭 의원이 지난 24일 시민들을 대신해 “현재 옛 교육연수원 건물을 살려서 리모델링 정도로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 신축을 할 것인지”에 대해 서면질의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임시전시일 뿐, 교육연수원 부지에 미술관을 짓거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은 없다”고 30일 답변했다. 다만 “미술관의 물리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소장품을 전시할 수 없어 한정된 기한에 개최하는 이벤트이자 향후 관광자원으로 활용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연수원의 일부 공간만 정비를 해서 일정기간동안 전시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작품 전시의 효과는 물론이고 장기보관에 있어서 안전성 등에도 문제가 없을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연수원은 시설이 매우 낡아서 대대적인 보수 없이는 임시전시도 불가능하다. 비용 낭비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1호 소장작이라면서 임시전시로 그칠 수는 없다. 임시전시는 언제까지 할 것이며 그 후엔 어디에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 새로운 계획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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