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의 입법중독 정도가 심하다. 대북전단금지법, 5.18역사왜곡금지법, 언론중재법 개정안, 윤미향 셀프보호법안은 모두 법의 일반원리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여당은 거리낌 없이 처리한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미 의회에서 인권청문회를 열어 비판하고, 국제인권단체인 ‘국경 없는 인권’ ‘사람’ 등 다수의 인권단체에서 비판하였다.
작금 문제가 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서울외신기자클럽, 미국 기자협회, 국경 없는 기자회 등에서 비판하고 있다. 국내 입법에 대하여 국제적 비판이 쏟아진다는 것은, 그것이 보편적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이라 말하지만, 그 현주소는 법의 기본원리에도 못 미치는 입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퇴행 현상은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이후 강화되었다. 180석 이상으로 국회선진화법의 장애물까지 걷어냈으니, 맘껏 휘둘러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그 많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에서 야당을 밀어내고, 의회 독재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예시를 더 보자. 공수처가 없으면 대한민국 공무원들 비리를 일소할 수 없을 것처럼 호들갑 떨더니, 정작 만들어놓자 뭐하나 성과를 내는 것이 없다. 부동산 3법, 임대차 3법을 만들지 않으면 나라 망할 듯이 소리를 높이더니, 이 정권이 가장 못 한 정책이 부동산과 임대차 정책이다. 전문지식을 쌓기보다는 학내 권력투쟁으로 대학 시절을 보내고, 주체사상이나 전체주의를 신봉하는 데 인생 대부분을 낭비한 것이 586 운동권이다. 이들이 정권을 잡으니, 정책은 미숙한데 사고방식은 교조적이라 도통 잘못을 수긍하거나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국민의 기본권 중에서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대외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된다. 또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데 필수요소이다. 미국연방 헌법도 종교의 자유와 함께 표현의 자유를 어떤 기본권보다 제일 앞에 규정하고 있다. 특히 SNS의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된 현대인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절체절명의 가치이다.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이러한 위상 때문에 헌법 이론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다른 기본권들보다 훨씬 어렵게 하고 있다. 사전억제금지의 원칙, 명확성 이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필요 최소한 제한의 원칙, 이중기준의 원칙 등 이름도 복잡한 다양한 기준들을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언론사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고 하니, 바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진다. 5.18역사왜곡금지법을 만들고 나니, 6.25 역사왜곡금지법, 천안함 역사왜곡금지법 등을 만들자는 요구가 나온다. 위안부피해자법은 윤미향과 정의연을 보호하려는 법이라는 비난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 혼쭐이 나고서야 그만두었다.
나쁜 언론 혼내주자는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말하며, 사람들을 현혹하면 안 된다. 진실이 항상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면 그나마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진실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 언론은 어느 정도의 소명이 있으면 의혹을 제기하고 나아가 대중적 관심과 추가적인 정보가 드러나도록 유도한다. 반론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제기된다. 이처럼 문제 제기와 반론으로 서로 간의 의사와 사상이 충돌하고 부딪히면서 서서히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미국의 홈즈 대법관은 1919년 ‘진리에 대한 최상의 검증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하여 사상이 스스로 수용될 수 있는 그 자체에 있다’라고 말하며 ‘사상의 자유시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혐오스럽거나 극도로 불편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견조차도 함부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불편해하는 것은 독재이다. 고의, 중과실에 한정한다는 등의 말로 변명하지만, 명예훼손만큼 애매한 법의 영역이 없다. 외신이 내로남불(naeronambul)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도록 만든 정권이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로, 상대는 징벌적 배상으로 처리하더라도, 애매한 영역에서 얼마든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언론말살법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과연 그들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태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