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3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산업계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시 급격한 탄소 감축을 위한 생산량 및 고용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업계를 비롯해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업종은 물론 중소기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30일 오전 ‘2030 NDC 변경의 산업계 영향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제13회 산업발전포럼 겸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반도체·완성차·철강·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주도의 탄소중립 기술 개발기간 동안의 연도별 감축목표를 유연하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기간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에서는 생산량·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우려했다.
조경석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하면 철강 산업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생산차질이나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자동차·건설·가전·섬유 등 전·후방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넘어선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할 경우 부작용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시스템의 안정적 구축과 탄소배출권 인정 등 맞춤형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NDC 상향 조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이 생산과 일자리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반도체업종은 1997년부터 세계반도체협의회(WSC)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 설비와 장비를 도입해 왔다”며 “추가적인 감축 잠재량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2030년까지 NDC를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탄소중립과 NDC 목표 상향 조정은 현실적인 기술 로드맵에 맞춰 한국의 잠재 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제조업은 대부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감축 시설을 갖추고 있어 추가 감축 여력이 부족하다”면서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하는 기간 동안 연도별 감축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