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지난 8월 한 달 중 6일을 제외하고 연일 비가 내렸다. 한반도 상공으로 북쪽에서 확장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위치한 가운데, 여름철 맹위를 떨쳤던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쪽 부근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어 다시 정체전선이 형성돼 가을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잦은 기압골과 저기압의 통과로 연일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가을태풍이 걱정이다. 한 해 발생하는 태풍은 25개 안팎인데, 통상적으로 그 중 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기상청 태풍발생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0년(2011~2020년)간 9월에 발생한 태풍은 5.3개로 이 중 1개 이상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태풍은 일주일 전부터 이동경로와 강도를 예측할 수 있지만, 태풍발생 이후에나 가능한 일로, 태풍 발생 자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상청은 이미 ‘2021년 여름철 3개월 장기기상 전망’을 통해 올해 태풍이 예년과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9월과 10월 중에 한두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을태풍’이라는 점이다. 육지는 7~8월에 대지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지만, 해상은 대지보다 한 템포 늦게 천천히 열기를 모아 천천히 식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대지에서 선선함을 맞는 가을이 해상에서는 열기의 절정에 달하는 한여름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생하는 태풍은 해상의 뜨거운 열기와 수증기를 머금고 한반도 주변까지 막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할 수 있다. 또한 일본 남쪽으로 밀려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그 가장자리가 한반도 주변에 놓이면서 가을태풍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 울산지역은 최근 장기간 이어진 강수로 인해 토양이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의 양을 초과해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다. 가을태풍이 오기 전 주변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점검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태풍 발생시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실시간 기상정보에 귀 기울여 태풍의 위험시기와 피해상황 등을 세밀하게 살피며 더 이상 비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