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보고 느끼는 암각화, 스토리텔링으로 친밀감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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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보고 느끼는 암각화, 스토리텔링으로 친밀감 제고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9.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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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저리 걷다보면 8㎞ 이르게 될 ‘구불구불 20리 울물길’ 그림지도. K-Water 울산권지사 제공.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우리네 곁에 수천년 전 시작된 세계적 문화유산을 두고도 이를 단한번 제대로 살펴본 일 없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 ‘반구대 암각화’ 혹은 ‘천전리각석’이라는 말은 뉴스를 통해서나 접할 뿐이다. 나의 일상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여긴다거나, 그 것이 곁에 있어 나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다만 암각화가 그토록 소중한, 전 인류가 사랑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하니 ‘한번쯤 볼 의향은 있다’는 정도의 인식에 그친다. 그 것도 ‘일부러 내가 애써 찾아가기는 좀 그렇고, 기회가 생긴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을 때가 많다.

▲ 반구대암각화 앞 취재진들.

◇반구대암각화, 시민들 삶속으로 들어와야

우리 국토의 문화유산 알림이, 유홍준 미술사학자이자 전 문화재청장이 지난달 울주에서 특강을 했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시작으로 면면이 이어져 온 울산의 역사문화를 시대별 대표 문화재를 통해 짚어보는 강의였다.

유 전 청장은 울산과 울산시민들에게 “국보로 지정된 두 기의 암각화를 나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건 (역사문화적으로)상당한 특혜를 받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를 더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이다. 자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세계유산등재는 시작일 뿐 역사 이외 다채로운 학문에 걸쳐 암각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연구작업과 그와 별도로 의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서 연구작업은 전문가들 몫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스토리텔링은 암각화를 바라보고 스쳐지나가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생성해야하는 시민들 몫이다. 그러자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암각화를 찾아본 뒤 암각화를 다봤다고 제쳐둘 게 아니라, 암각화를 찾아가서 그 언저리 땅의 기운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 암각화가 그 날 그 자리에 새겨져 수천년 뒤 인류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대자연의 신비를 돌아보고, 우연찮게 울산에 발딛고 살게 된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무엇인가를 한번쯤 고민할 수 있기를 당부하는 말이었다.

▲ 천전리각석 앞 방문객들.

◇‘친근한 암각화’ 위한 울물길 프로젝트

대곡천을 자주 찾는 이들도 물론 적지않다. 사진을 찍기위해, 새로운 암각화를 찾기위해, 기행문이나 산길을 개척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그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끼고 대곡천을 오르내리는 언론사의 걷기행사도 시행된다. 시민단체가 반구대홍보를 위해 해마다 한번씩 숙박형 체험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울산박물관(대곡박물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태화강유역역사문화알기’ 사업을 통해 정기적으로 대곡천을 포함한 태화강의 지류와 본류를 구간별로 걸어왔다. 곧이어 10월부터는 새로운 시민대상 프로그램이 생겨난다. 이번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문제와 연관이 깊은 기관이 직접 나선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국민참여 및 시민체험을 위해 시도하는 ‘굽이굽이 울물길 20리 답사 프로그램’이다. K-Water 본사의 지원으로 울산권지사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공공기관의 문화활동을 홍보하는 전략이 숨어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물길을 따라 2기의 국보인 암각화를 다시 보고, 고향 잃은 실향민의 사연을 돌아 보며, 아름다운 역사문화를 시민들 스스로 스토리텔링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여러가지 세분된 내용 중 물부문 특화프로그램인 ‘굽이굽이 울물길 20리’는 대곡댐에서 사연댐 구간을 선사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의 적층지대로 해석하고 이를 관광구간으로 선정하여 정기적으로 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코스는 울산물문화사랑센터에서 출발해 대곡댐마루(한바퀴), 대곡박물관, 천전리각석, 공룡발자국, 물숲길, 암각화박물관, 집청정, 반구대, 반구서원, 반구대암각화로 구성된다. 약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에는 전문가의 해설이나 전통문화체험도 병행된다.

이 사업을 제안한 윤원기 K-Water 차장은 “답사 프로그램은 이번달 말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 시작된다. 일정 참가인원을 구성해 개별팀 답사문의도 받고있다. 협의체 구성, 마을여행큐레이터양성 등 확장가능성도 있는만큼 시민들 관심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259·6240.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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