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폐선·폐역부지 활용방안은?]무턱대고 상업개발 뛰어들었다간 애물단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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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형 폐선·폐역부지 활용방안은?]무턱대고 상업개발 뛰어들었다간 애물단지 될 수도
  • 정세홍
  • 승인 2021.09.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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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원 추추파크 전경. 스위치백트레인을 포함한 다양한 열차 체험 시설과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난 12일 찾은 강원 태백 하이원추추파크.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스위치백 철도를 포함해 지금은 폐선이 된 영동선 통리~도계역 구간을 활용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최대 철도형 테마파크다.

현재는 스위치백트레인 탑승장인 추추스테이션과 주변에 대부분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오토캠핑장과 숙박형 기차펜션이 마련돼 있어 숙박이 가능하고 미니트레인, 놀이기구 등의 시설도 만들어져있다. 3년전에는 키즈 테마 리조트 체험시설인 ‘슈퍼윙즈 키즈카페’도 개장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찾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매표소 인근에는 추억의 증기기관차도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하이원추추파크는 지난 2014년 개장 당시만 해도 스위치백트레인, 인클라인트레인, 레일바이크 등의 시설을 갖췄었다. 하지만 운영상 적자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여러 문제로 인해 현재는 스위치백트레인과 레일바이크만 운행하고, 키즈카페와 푸드코트 등 실내시설은 대부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스위치백트레인은 평일 2회, 주말 3회 운행하고 레일바이크는 하루 5회 운행한다.
 

▲ 스위치백 구간이 폐선된 이후, 통리역은 하이원 추추파크의 레일바이크 역으로 재활용 되고 있다.

◇국내 유일 스위치백트레인

스위치백트레인은 일명 ‘지그재그 철도’라고도 부른다. 경사가 가파른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고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갈지자(之) 형태의 철로를 설치,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다니는 산악철도다. 국내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스위치백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도 옛날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대부분 그대로 재현했다. 내부는 대통령 전용 객차, 난로객차 등으로 구성돼 각 열차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추스테이션에서 스위치백트레인을 탑승하면 흥전삭도마을까지 약 16㎞를 왕복한다. 약 1시간30분 가량이 소요된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스위치백 구간은 흥전역부터 나한정역까지 약 1.5㎞다. 추추스테이션을 출발해 흥전역에 도착한 열차는 나한정역까지 후진으로 열차의 앞뒤 역할을 잠시 바꾼다. 이어 다시 흥전삭도마을까지 전진해서 간다. 흥전삭도마을에 도착하면 약 20분간 정차한다.

도계 흥전지역은 지난 1930년대 석탄이 발견돼 대규모 탄광촌으로 성장했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침체됐다. 흥전삭도마을은 폐광지역 산업유산을 활용해 만들어진 관광자립형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흥전가공삭도라고 불리는, 쉽게 말해 석탄을 옮기는 바구니로 쓰였던 채굴 장비시설의 옛 모습을 구현해낸 조형물과 트릭아트 포토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흥전 삭도마을을 관람한 관광객들이 기차에 탑승하고 있다.

◇한국 철도의 역사성 간직, 서글픈 근대사

스위치백트레인과 예전에 운행했던 인클라인트레인 등 하이원추추파크의 철도 체험시설에는 우리나라의 서글픈 근대사의 비밀이 숨어있다. 스위치백 구간은 옛 영동선 도계역~통리역 구간에 포함돼 있었다. 경사가 가파른 산간지역을 열차가 단번에 오를 수 없어 지그재그로 철로를 연결해 운행하도록 했다. 예전 도계역에서 통리역으로 가는 열차는 도계역 다음 역인 해발 315m 나한정역에서 잠시 멈춰 열차의 앞뒤 역할을 바꿨다. 그리고 후진을 시작해 1.5㎞ 떨어진 해발 349m 흥전역까지 거꾸로 올라갔다. 흥전역에서는 다시 방향을 바꿔 원래 방향대로 전진해 해발 720m 통리재 정상에 있는 통리역까지 올라갔다. 반대로 통리역에서 도계역 방향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클라인트레인의 모태가 된 강삭철도는 이미 지난 1963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삭철도는 1939년 탄광 개발을 위해 도계까지 철로가 놓이면서 시작됐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화물용으로 건설한 것이었다. 통리역과 심포리역은 직선 거리로 1.1㎞밖에 안 됐지만 고도 차이가 220m나 됐다. 이에 심포리역에 정차한 열차를 통리역에서 선로를 따라 와이어 로프로 끌어올리는 궁여지책을 썼는데 이를 강삭철도라 불렀다. 그러나 끌어올리는 무게에 제한이 있어 화물칸만 분리해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사람보다 석탄이 중요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열차가 통리역에 도착하면 승객은 열차에서 내려 비탈을 걸어 올라갔다. 거리는 짧았지만 경사가 16.5도나 돼서 통리재까지 오르는데 50분이나 걸렸다. 그 시절 통리재는 심통재로도 통했다. 통리재로 오르다 보면 심통이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위치백과 인클라인트레인에는 한국 철도의 중요한 역사성을 간직한, 그와 동시에 이같은 서글픈 근대사가 숨어있다.

하이원추추파크는 옛 스위치백 구간에 증기기관을 단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강삭철도 구간에는 국내 최초로 유럽형 관광 산악열차 형식의 인클라인트레인을 운행했었다. 폐광지역 경제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약 750억원 가까이를 투입해 국내 유일의 철도형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극심한 경영난, 만성적자에 방문객도 감소…돌파구 절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원추추파크는 현재 각종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무엇보다 폐선·폐역을 활용한 상업적 개발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폐선·폐역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활용했지만 현재까지는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제대로 된 운영 방식과 대처가 되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이원추추파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내 유일의 철도체험형 리조트로 지난 2014년 운영을 본격 시작했지만, 개장 이후 7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단 한 해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모기업인 강원랜드가 추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하이원추추파크의 방문객은 개장 직후인 지난 2015년 30만명에 달했으나 2016년 22만명, 2017년 18만명, 2018년 15만명 등 해마다 감소하면서 철도형 테마파크의 한계를 절감하는 상황이다. 영업적자도 2015년 40억여원, 2016년 35억여원, 2017년 30억여원, 2018년 22억여원, 지난해 17억여원 누적적자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과 홍보 부족, 근무환경과 인력부족, 추가 시설투자 기피로 인한 문제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 부족 등의 문제에 신종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수년째 내부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원추추파크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래마저 보장할 수 없는 중대기로에 서있다. 글=정세홍기자·사진=김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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