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 아우돌프를 8일 오전 10시 태화강국가정원에서 만났다. 그는 시원한 강바람과 잔잔한 햇살아래 1시간 남짓 초록의 국가정원을 이미 거닌 터였고, 울산과 국가정원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 동안 그는 동료들로부터 사진과 영상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을 접하며 공간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수집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첫 방문에서 실제를 직접 확인한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분위기와 조건에 감명을 받은 듯 했다. 본인의 자연주의정원을 조성할 아시아 최초의 도시로 울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원철학과 연계해 이렇게 들려줬다.
“내 영감의 원천은 자연입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그대로 본뜨는 건 아닙니다. 자연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입니다.”
정원은 사람의 손길로 완성되는 인공의 산물이지만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미학적으로 자연을 참고하지만 야생의 자연과는 전혀 다르다. 각기 다른 식물이 군집을 이뤄 자라면서 공간적 조화를 이루고, 꽃이 피면 피는대로 잎이 지면 지는대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정원 조성 구역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듯 했다.
“국화원 자리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자연주의정원은 충분한 공간확보가 중요합니다. 한 눈에 들어와야 전체적인 비율과 조화를 느낄 수 있어요. 감동의 크기도 더 커지겠죠. 방문객 모두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는 이미 아시아를 제외한 전 대륙에 자연주의정원을 전파해 왔다. 기생의 정원 중 울산에서의 작업과 가장 가깝게 연결되는 곳은 어디인지 물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진행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나 시카고 루리정원의 사례를 들고 싶네요. 아마도 그 곳 모두에서 볼 수 있던 장점들이 태화강국가정원에서도 실현될 겁니다.”
그는 대화 내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대해 강조했다. 자신은 제안을 하는 사람일 뿐 도심정원은 결국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가꾸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곳 공무원들이 사라질 뻔한 태화들판과 십리대숲을 시민들이 지켜냈다고 들려줬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정원도 시민들이 완성한 것이지요. 여기에 조성될 자연주의정원 역시 시민들 힘으로 유지될 수 있어요. 시민들이 어떤 활동을 보여줄 지, 또 어떤 의견을 들려줄 지 기대가 큽니다.”
그가 제안하는 ‘다섯계절의 정원’은 올 연말부터 본격 시공된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정원 조성에 동참할 시민정원사를 사전에 모집하고, 약 2~3주의 교육을 이수하게 한 뒤 식재에 참여시키고 향후 유지관리를 위한 적극 봉사자로 활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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