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시장 “울산공항 폐항” 거론…심도있는 분석이 먼저다
상태바
[사설]송시장 “울산공항 폐항” 거론…심도있는 분석이 먼저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9.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울산공항 존폐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울산교통망 종합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내놓은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항과는 상관없이 시내버스 노선 개편, 도시·광역 철도 건설, 도로망 확충과 관련한 최근의 성과와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공항의 존폐를 거론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던 기자들이 “울산공항을 없앤다는 것이냐”고 거듭 확인하자 송 시장은 “새로운 광역교통 시대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혁명이며, 따라서 도심 가운데 자리한 울산공항의 미래에 대해 경계 없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폐항을 하겠다거나 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으나 폐항에 무게를 둔 의사표명임은 분명했다.

공항의 존폐는 지역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찬반 양론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중대한 정책이다. 여론 수렴 없이 하루 아침에 시장이 결정할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울산시 차원의 면밀한 검토나 지역사회내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차원에서 한때 울산항공 설립을 추진할 정도로 공항 활성화에 애를 쓰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주력공장들이 수두룩한 산업도시의 특성상 공항과 항공은 필수 인프라라고 보기 때문이다.

송철호 시장이 폐항을 거론한 이유는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도시 성장이 가로막혀 있을 뿐 아니라 불가능한 확장성과 지속적 경영적자를 고려할 때 미래 경쟁력도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구통합 신공항이 2028년, 가덕도 신공항이 2029년에 개항하면 울산은 30분~1시간 거리에 2개 국제공항을 두게” 되므로 굳이 울산에 공항이 없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물론 울산공항은 적자운영으로 애를 먹고 있다. KTX울산역이 생기면서 이용객 감소로 크게 어려움을 겪다가 2015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부터 다시 감소세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울산공항 적자 규모는 2017년 116억1200만원, 2018년 118억6200만원, 2019년 124억5400만원 등 매년 100억원대를 기록하며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 공항이 울산 뿐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2017년에도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제주·김포·김해·대구를 제외하곤 모두 적자를 냈다.

그렇다고 공항이 도시성장을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 공항이 있는 도시과 공항이 없는 도시는 크게 차이가 난다. 도시 확장으로 공항의 위치가 도심이 돼 버려 도시개발에 지장이 있다면 도시 확장의 방향을 재설정하거나 공항 이전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항로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서 도시의 대부분 지역이 고도제한을 받는다면 모를까, 일부 지역에 한정된 고도제한 때문에 아예 공항을 없애야 한다면 전국 어느 공항인들 유지되기 어렵다. 아직 폐항을 말하기는 섣부르다. 공항으로 인한 이익과 고도제한으로 인한 손실도 명확히 따져보아야 하고, 대구·부산 공항과의 접근성 확보에 대한 분명한 윤곽이라도 나와야 한다. 심도있는 분석과 검토가 먼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고]영남알프스 케이블카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하며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