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울산시장이 울산공항의 존폐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개항 당시와 현재의 여건이 크게 달라진 상황을 감안하면 울산공항의 이전이나 폐쇄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울산공항으로 인한 도시 성장의 한계를 거론한 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민들과 폭넓은 논의를 통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9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산 교통혁신 미래비전 브리핑’에서 울산 트램과 광역철도 개설 등의 추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향후 영남권의 접근성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시장은 회견 말미에 울산공항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전·폐쇄에 대한 공론화 의사를 밝혔다.
송 시장은 울산공항 개항 후 광역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울산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경영 적자와 확장 불가 및 활성화 한계 등의 문제로 미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송 시장은 “1970년 개항 당시 울산공항은 시 외곽에 위치했지만 도시 팽창으로 이제는 도심 가운데에 위치한 상황이 됐다.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로 도심권 확장 및 도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광역 교통망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울산공항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송 시장이 거론한 다양한 광역 교통망은 동남권순환 광역철도와 KTX-이음 등이다.
KTX울산역에서 김해 진영을 잇는 동남권순환 광역철도를 이용하면, 기존 노선 등을 통해 부산항 신항까지 연결된다. 부산항 신항에서 가덕도 신공항까지 6~7㎞ 노선만 신설하면 울산에서 가덕도 신공항까지 1시간 만에 철도로 이동할 수 있다. 대심도 GTX나 위그선 등 광역 교통망을 추가로 구축할 경우 이동 시간은 더욱 단축될 수 있다.
대구신공항 역시 태화강역에서 복선전철을 이용할 경우 접근성이 강화된다. 현재 서울에서 경북 안동까지 이어지는 고속열차 KTX-이음을 울산까지 연장할 경우 1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해 진다.
이를 두고 송 시장은 “이런 대대적인 광역교통망이 구축되고 대구통합신공항이 2028년, 가덕신공항이 2029년까지 개항되면 전국 어느 도시와 다르게 울산은 30분에서 1시간 거리에 두 개의 국제공항을 두게 되는 도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 시장은 울산공항의 이전·폐쇄를 확정한 것은 아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들과 깊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공항 존폐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송 시장은 “기초적인 논의만 있었을 뿐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공론화를 진행해야지 소수의 몇 사람이 결정할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송 시장의 울산공항 존폐 발언을 놓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론화에 대한 화두를 던진 뒤 여론 추이를 살펴보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울산 공약에 반영해 지방선거와의 연계를 추진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대선 공약 채택 여부도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개발할 경우 방향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공항 존폐는 이해득실이 분명한 만큼 여론 수렴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공항이 이전·폐쇄로 가닥 잡힐 경우 고도제한에 걸려 있는 중구와 북구에는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개발 가능한 대규모 부지가 마련되는 데 따른 효과도 막대할 전망이다.
반대로 연간 적게는 50만명에서 많게는 80만명이 이용하는 울산공항을 폐쇄하는 데 따른 불편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제주행 항공편의 경우 부산·대구 신공항 외에는 대체 수단이 없어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상공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산공항 이전·폐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중구와 북구는 이전·폐쇄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북구 관계자는 “울산공항이 가지는 상징성과 광역교통 수단으로서 역할이 있지만 도시 단절과 도시 성장 및 확장의 장애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며 “북구의 미래 비전 구상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울산공항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용역이 완료되면 국토부에 완화의 필요성을 연내 제안할 계획인데, 정부에서 계속 침묵한다면 폐쇄나 이전에 대해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교통 여건이 조성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