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 다가온다. 매년 이맘때면 가슴 벅찬 감동과 아찔함이 교차하며 옛일이 떠오른다. 예쁜 조카들과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기고 정담을 나누며 한껏 흥겨운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예쁜 조카가 찰지고 달콤한 찰떡을 먹다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 지며 숨을 못 쉬고 바둥거렸다. 가족 모두는 고성을 지르며 패닉에 빠졌다. 필자는 안방에서 뛰어나오자마자 상황을 살폈다. 먹었던 찰떡이 기도를 막아버린 것이었다.
구급교육에서 배웠던 ‘하임리히법’이 떠올랐다. 망설임 없이 조카의 복부를 감싸 안아 누르면서 위로 밀쳐 올렸더니 기도에 걸린 찰떡이 입 밖으로 나왔다. 조카는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눈물범벅이 되어 엄마 품에 파고들었다. 주변에서 발을 구르던 조카들과 형제들이 환호를 질렀다. 가족들은 “삼촌이 동현이 살렸다”거나 “삼촌 언제 그런 걸 다 배웠어”라며 감탄해했다. “이번 추석에 제일 큰 선물은 삼촌이야”라는 말은 내심 뿌듯했다. 그렇게 그해 추석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고 지금도 가족들은 만나면 즐겁게 그날을 소환한다.
울산지역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명절 연휴에 100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9명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평일 1.6명, 주말 1.7명, 공휴일 1.6명이 발생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명절에 심정지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가족 간의 배려로 스트레스 예방, 과도한 알코올 섭취 자제, 평상시 신체리듬 유지 등을 통해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또 가슴을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곤란 등 심혈관질환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119신고를 하고 구급차를 이용해 즉시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공동주택 500가구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는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평상시에 알아둬야 한다.
무엇보다 추석 명절을 안전하게 보낼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은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아닐까 한다. 중부소방서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열린 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 한 명당 마네킹 한 대를 제공하고 본인의 실습 정확도를 즉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년 8000여명의 시민들이 교육을 받았다. 또 이를 통해 지난 2017년 11월에는 교육을 받은 50대 엄마가 심정지 아들을 살려 최근에 건강한 모습으로 결혼까지 시킨 사례가 있으며 2018년 7월에는 한국석유공사 내 수영장 안전요원들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해 수강생을 살린 사례도 있었다.
중부소방서는 신종코로나로 체험장 방문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심폐소생술 마네킹을 무료로 대여하고 실시간 화상교육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희망하는 시민은 울산중부소방서 119안전체험장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심정지 골든타임 4분, 심폐소생술을 배워 가족의 든든한 안전지킴이가 된다면 더욱 행복한 한가위가 될 것 같다.
강은식 울산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