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명절을 통해서 본 현대인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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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명절을 통해서 본 현대인 속마음
  • 경상일보
  • 승인 2021.09.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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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빨간 공휴일이 줄줄이 있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학생에게는 사실상 가을방학이고, 직장인에게는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긴 연휴, 교통 혼잡, 세대갈등, 차례·성묘, 남은 음식 요리법 등 고정 레퍼토리는 여전할 것이다. 명절 끝나고 가정, 일터, 학교에서는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명절증후군을 최소화해야 학생들은 학업에 집중할 수 있고, 직장인은 일 효율을 높이고, 가족들은 화목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까? 명절을 분석해보고, 해답을 찾아보자.

옛날에는 온 친척이 모여 음식을 만들며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했다. 핵가족 시대라 하더라도 명절에 많이들 모여서 같은 뿌리의 공동체 구성원임을 느끼며 우애를 다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와서 명절을 포함한 많은 관습과 가례가 바뀌었다. 집에서 치르던 돌잔치와 장례식은 전문 뷔페와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화장(火葬)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하긴 요즘 집들이는 집 앞의 식당에서 사 먹고, 집에서는 다과를 같이 먹는 것으로 간단해졌다고 한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덕분에 몸 고생을 줄이고, 시간과 힘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생활 방식이 진화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밤 12시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제사 음식 배달업체가 등장했고, 시작 또한 밤 12시가 아니라 10시, 8시, 6시로 많이 앞당겨졌다. 벌초 대행 서비스, 성묘 대행사가 처음 생겼을 때는 비난 여론이 있었으나 요즘은 매우 편리한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덕분에 사람들은 명절 연휴 동안에 더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명절 노동으로 4~5일 혹사해서 가족관계, 직장생활에 악영향을 주느니 재충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더 나은 후반기를 보내고 싶어하는게 현대인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심정을 유교적인 명분으로 억누르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명절 때 시골에 가기 싫어하는 자녀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싫어서가 아니다. 재미없고, 힘드니까 가기 싫어하고, 부모에게 차마 말을 못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부모가 ‘오랜만에 맑은 공기 마시니까 어때?’ ‘가족끼리 함께 있으니 좋지?’ 물어봤자 자녀는 영혼 없이 대답하고 휴대폰만 또각거린다. 자녀의 심리를 살펴보면 어른의 욕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편해지고 싶다.’이다.

명절증후군을 해결하려면 이런 속마음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편해지고 싶듯이 상대방도 편해지고 싶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화가 덜 나고 공감이 갈 것이다. 이해의 폭도 넓어지니 여기서 새로운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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