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독락(獨樂)과 다락(多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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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독락(獨樂)과 다락(多樂)
  • 경상일보
  • 승인 2021.09.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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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수 울산향토사연구회 회원

독락(獨樂)이라 함은 고독을 홀로 즐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젊었을 때는 일도 많았고 어려운 일들도 해결하며 살았다. 그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외로운 줄 몰랐다. 나이들어 은퇴하니 주변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경주 안강면 자옥산 기슭에 독락당(獨樂堂)이라는 정자가 있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7년간 이곳에 머물며 학문을 연구한 곳이다. 이 정자는 개울 옆에 지어졌다. 정자 아래는 넓은 판석(板石)이 있다. 여기에 자리를 깔면 6~7명이 앉을 수 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차(茶)대접을 해도 손색이 없을 자리이다.

그의 칠언시에 이렇게 전한다. <첫눈 내린 오늘 아침, 마당을 가득 덮었네, 황홀하게 나를 수정궁에 앉혔구나. 누군가 이 골짜기로 찾아와 싸리문을 여는 가 했더니, 앞산에 소나무만 멍 하니 내 앞에 서 있네.> 이 시(詩)는 회재 선생이 외로움을 달래며, 고독을 스스로 즐기는 시로 여겨진다.

경북 안동 길안면에는 만휴정이란 정자가 있다. 묵계(默溪) 김계행(金係行·1431~1517) 선생이 늦은 나이에 등극하였다가 연산군의 폭정으로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선생은 길안면 골짜기에 정자 하나 짓고 책 읽으며 세월을 보냈다. 나이 들어 쉬는 곳, 만휴정(晩休亭). 이는 관직에서 물러나거나 세속과 결별하는 선언문이다. 이 정자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물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최근에는 이 다리 또한 인기드라마 촬영지로 신혼부부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루(樓) 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을 말한다. 태화루(太和樓), 영남루(嶺南樓), 촉석루(矗石樓)가 그렇다. 다락(多樂),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긴다. 그래서 다락 루(樓)자를 쓴지도 모른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독락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나이 들어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필자는 그중 생활체육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택했다. 실내경기로서는 당구(billiards), 실외경기로서는 골프(Golf)가 적당하다고 본다. 격한 움직임이 없으며, 동작이 부드럽다. 그리고 신체의 예민한 감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는 금전적 제약과 거리적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최근 인기 있는 종목이 파크골프(Park-golf)이다. 예민함이 다소 부족하지만 거주지와 가깝다. 간편한 준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변의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파크골프장의 설치가 한창이다.

울산 시내의 파크골프장은 태화강 둔치의 태화교 아래 36홀이 있다. 이곳을 남구파크골프협회에서 관리를 했다. 한때는 남구 이외의 주민들은 사용이 제한되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요구된다. 최근 많은 논란 끝에 일부 18홀은 울산시파크골프협회로 관리가 이전되었다. 시설의 보완과 확장이 필요하다. 주변에 더 많은 공간이 있다. 코스의 다양성도 요구된다. 햇볕을 잠시 피할 수 있는 나무도 심어야 한다. 여러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의논하고 연구하여 재미있는 코스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누구의 혼자 생각으로 조성할 경우 다양성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가보조금을 받는다는 소문도 듣는다. 더불어 관심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활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필자는 바란다. 이곳 울산은 토착민보다 유입인구가 많은 곳이다. 산업사회로 들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 울산으로 찾아들었다. 이제 울산에서도 만휴(晩休)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고향을 돌아보는 일이 없으면 한다.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곳이어야 한다. 독락이 아닌 다락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박현수 울산향토사연구회 회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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