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터미널 이전·개발 ‘연기 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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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터미널 이전·개발 ‘연기 폴폴’
  • 이춘봉
  • 승인 2021.09.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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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전 논의가 중단된 울산터미널이 민간 건축업체의 테스트 대상으로 전락했다. 특혜 시비 우려와 영업 적자 문제로 이전이 쉽지 않아 현상 유지가 고작인 가운데, 도심 체증 해소와 시민들의 이동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정치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서울의 A건축사무소는 지난 7월께 자사 홈페이지에 ‘울산터미널 복합개발사업’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A건축사무소는 이 게시물에서 도시계획시설상 자동차정류장으로 지정된 울산터미널 부지인 남구 삼산동 1481-1 등 7필지(A블록)와 1480-1 등 4필지(B블록)에 대한 건축 개요를 소개했다. 용도는 공동주택과 운수시설, 판매 및 영업시설, 숙박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명시했다. 또 대지면적 1만4909.8㎡인 A블록에는 260가구, 3만9169.6㎡인 B블록에는 568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립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A건축사무소는 ‘대상지 주변 이슈 분석과 전략 도출을 통한 입지 그 이상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사업전략계획을 진행했다’고 소개하면서 조감도까지 첨부했다.

특히 발주처는 롯데쇼핑으로 밝히고 사업명 앞에 ‘당선’이라는 단어를 기재해 롯데쇼핑이 진행한 건축 공모에서 당선됐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23일 관련 소식을 접한 롯데쇼핑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용도 변경이 안된 상태에서는 울산터미널 부지에서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는 상태이고, 울산터미널 개발 계획은 전혀 수립하지 않았으며, 특히 A건축사무소를 상대로 관련 업무를 발주하거나 계약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A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계약을 맺거나 사전에 논의된 사실이 없는 게 맞다”며 “가계획을 진행하던 여러 대안 중 하나였는데, 자체에서 진행한 내용을 대표 홈페이지에 잘못 올렸다”고 해명했다.

롯데쇼핑의 항의로 A건축사무소가 해당 내용을 즉시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며 울산터미널 개발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수년째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울산터미널 이전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울산터미널 이전 논의는 3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시는 지난 2018년 울산연구원을 통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가 약 8개월 만에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외·고속버스 운행 축소로 도심 교통 체증이 다소 해소돼 당장 이전이 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울산터미널 이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특혜 논란이다. 울산터미널이 외곽으로 이전하고 현 부지가 자동차정류장 용도에서 상업시설로 변경될 경우, 롯데쇼핑이 막대한 개발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도시 외곽에 개발 차익과 맞먹는 규모의 대체 정류장을 조성하고 울산시에 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방안 역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체 정류장을 조성할 경우 운영 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발목을 잡는다.

실제 울산시외·고속터미널 위탁 운영사인 (주)울산정류장은 신종코로나 여파로 승객이 급감하자 지난 5월 롯데쇼핑과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터미널을 외곽으로 이전하면 연간 20억원 수준인 운영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민간 운영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고, 울산시가 직영하더라도 세금 투입 규모가 갈수록 커질 수 있어 이전 논의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울산 발전을 위해서 이전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형 차량의 도심 통행에 따른 정체는 물론, 도심 이동에 따른 이용객의 시간 손실을 감안하면 현 위치가 더 이상 터미널의 적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약화를 통해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울산의 한 물류 관계자는 “터미널은 고속도로나 주 간선도로 주변에 입지해야 하는데, 울산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터미널이 도심 가운데 들어선 형국이 됐다”며 “이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다양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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