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넷플릭스 영화 ‘D.P.’가 인기다. 군대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헌병, 즉 군탈체포조(D.P.)의 이야기다. 탈영병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까, 당연히 탈영을 감행하게 된 이유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탈영의 이유는 군대 내 가혹행위와 연결되어 있다. 물론 허구이고, 요즈음 군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군대 내 가혹행위가 근절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드라마에서 고참병으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과 폭행을 당한 피해 병사는 고참병의 제대 후 그의 가혹행위에 대하여 복수하기 위해 탈영을 한다. 그리고 고참병에게 묻는다. 왜 그랬느냐고. 그러나 고참병은 오히려 피해 병사를 나무란다. “왜 그것을 이미 제대한 민간인에게 찾아와 따지느냐,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나도 고참한테 그렇게 당했고, 군대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군대 내의 가혹행위가 구조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선주자들도 군대 내 폭력에 대한 개선책을 언급했다. 가장 먼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나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없애려면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5년 전 대선에서도 공약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택적인 모병제를 주장했는데, 다만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모병제보다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입대자원의 부족이나 첨단적인 현대전에 대응하기 위한 모병제에 방점이 있다. 그 외 많은 대선주자들이 전면적이든, 부분적이든 모병제를 긍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에서는 오히려 모병제를 하면 군대의 폐쇄성만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려면 병영문화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되어야 병역제도의 개선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국힘 의원도 같은 의견이다.
필자는 군인권센터 인터뷰 기사를 보고, 당연히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내 어디쯤에 설치된 정부기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순수한 비영리 민간인권운동단체였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와 차별로부터 군인의 인권을 보장·보호하고, 군대 내 복지를 증진하며, 군대 내의 부정·부패·비리, 반인권적 법률·제도·정책·관행 등을 감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2009년부터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 드라마는 인기가 있는 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 중에는 가혹행위로 인한 안 좋은 기억으로, 옛날 기억이 되살아날까 봐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군대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진단에 의하면, 군대에서는 일반 사회생활이었다면 취할 수 있는 저항, 도주 등 개인의 여러 방어 행동들이 제한받게 되고, 심리적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누적되어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의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된다고 한다.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개병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대군인을 상대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주는 기관을 한 군데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작년 9월부터 군인권센터가 삼성전자 및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서, 처음으로 제대군인이나 군인유가족을 상대로 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라마 D.P.를 계기로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고, 또 대선주자들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그리고 비영리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면서, 군인권센터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민간의 후원금으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그런 것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