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2019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최근 이 아파트 입주민인 B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고소장에서 “근무 시작 이후로 B씨로부터 근거없는 허위사실 유포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고용유지를 위해 말할 수 없는 모욕을 감수했으며, 결국 올해 6월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C씨가 입주민의 계속된 횡포를 이유로 근무 시작 8개월 만에 스스로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은 비단 아파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대형건물이나 상가 등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도 갑질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경비원 해고가 현실화되면서 경비원들의 고용주 눈치 보기는 더 심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경비업 종사자들의 최소한의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경비원 인권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울산시는 올해 2월 ‘울산광역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 고시하고, ‘아파트 경비원 괴롭힘 금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연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의 관리규약은 ‘괴롭힘 사실을 관계기관에 최종 신고’ 하도록 의무화하되,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남구지역에 접수된 아파트 경비원 갑질 신고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2019년 11월 발간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계약서상 1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비원은 63.7%로 절반이 넘었지만 3개월 계약이 21.7%, 6개월 계약이 8.7%로 경비원 3명 중 1명은 6개월 이하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현행 경비업법에는 경비원의 자격 기준과 지도 감독 등 경비업 종사자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만 있을 뿐 이들의 복지나 피해방지 조항은 전무하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