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국체전 축소 개최, 이게 최선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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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국체전 축소 개최, 이게 최선이었나요
  • 정세홍
  • 승인 2021.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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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홍 사회부 기자

제100회 전국체전은 지난 2019년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전국체전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에는 경북에서 만나자”며 대회기를 인수했다. 경북 대회 이후는 울산 차례였다.

하지만 지난해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초유의 전국체전 연기가 현실화됐다. 울산 개최도 당연히 1년 순연됐다.

확진자가 줄어들며 올해 경북 대회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대회 출전이 결정됐던 선수들은 시·도체육회를 대표해 대회 기간에 맞춰 몸을 만들며 대회를 준비했다. 각 시·도체육회도 경북으로 향할 임원진을 꾸리는 등 선수단 규모도 확정했다.

하지만 대회를 약 1달여 앞두고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전국체전을 고등부 선수들만 참여하는 무관중 대회로 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렇다 할 체육인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 전국시도체육회장협의회가 전국체육대회 정상 개최를 바라는 건의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그 이유로 전국체전 성적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고등부에 한해서만 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 연속 대회가 없어진 대학부와 일반부 선수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부 선수들 만큼이나 대학 선수들에게도 전국체전은 실업팀에 진출하기 위한 중요한 대회다. 게다가 실업 선수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일이다. 전국체전 성적이 추후 재계약, 연봉 협상 등 계약의 가장 큰 잣대가 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실업팀 감독은 “목표를 잃은 선수들이 허탈해 한다. 추후에 무관중 등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관 문제부터 따로 선수들을 불러모아 대회를 연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회 개최 예정인 경북에서도 축소 개최로 김이 빠진 모습이다. 최대 3만 명까지 찾을 것으로 예상한 방문객은 만 명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전국체전 특수’도 물거품이 됐다. 숙소 예약을 받았던 업소들도 예약 취소와 일정 축소 등의 문의로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선수단이 몰리는 것을 우려해 대회를 축소했다곤 하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건 고교 선수 뿐 아니라 대학·일반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스포츠의 최대 축제인 전국체전에도 정부가 주먹구구식 잣대를 들이댄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일부에게만 코로나 방역의 희생을 떠안는 식으로 강요만 해서는 안된다.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체육인까지, 정확한 기준 없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방역대책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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