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 방역을 완화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생활(위드코로나)에 대해 글을 쓰며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이고 그 이유는 변이와 부족한 백신접종률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더하여 “전문가들이 모여 위드코로나의 방법에 대한 정확한 논의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썼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정부에서는 백신접종률이 보장되는 11월경 위드코로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언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확진자 수는 치솟고 있지만, 위드코로나는 더 이상 확진자 수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므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몰라도 지금 논의되는 위드코로나는 일상으로의 회복보다는 그냥 좀 더 유보된 적절한 방역완화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역시 피로감이 쌓인 자영업자분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백신접종률이 완벽한 게임체인저가 되기엔 현재로서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변이는 백신접종자에 대한 돌파감염률 역시 타변이에 비해 높다. 6월만 해도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전체 비율은 3%대였으나, 9월 통계를 보면 무려 98%대에 달한다. 현재 거의 모든 확진자가 델타변이 감염자인 것이고 앞으로 어떤 변이가 또 올지 아직 모른다.
물론 백신접종은 돌파감염이 있더라도 치명율을 확 낮추기 때문에 여전히 의미가 매우 크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에 필자가 속한 병원에서도 접종센터를 따로 만들어 열심히 접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니, 설령 위드코로나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특정직업군, 생각보다 많은 직업군들은 방역해제에 자의 혹은 타의적 제약이 걸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병원을 예로 들면, 확진자 수 카운팅을 중단하고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나아가 마스크 자율화가 설령 온다고 해도 병원에서의 감염 및 방역은 지금까지처럼 철저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필자를 포함한 병원 종사자가 가벼운 감기몸살에 걸린다면 그냥 감기약을 복용하고 마스크를 쓴채 감염 취약환자들과의 접촉만 안하면 평소처럼 업무를 하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감기몸살이 아닌 코로나 감염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대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오히려 환자를 받아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사회 방역이 해제된다면 환자 중 어느 누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하게 될 수 있으므로 어쩌면 지금까지보다 더욱 방역에 신경써야 할 수도 있다. 병원뿐이겠는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교육시설이나 공장, 일부 회사 등등의 특정직업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런 직업군과 관련된 제약이 두 번째 이유다.
정리하자면 방역은 언젠가는, 아마도 조만간 완화가 될 것이고, 그 전제조건으로 백신접종률 담보는 기본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만큼 충분한 방역완화는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바꿀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무엇이 될까?
개인적인 생각인데, 감기가 감기약을 먹고 나을 수 있기에 현재는 감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코로나도 그리 될 수 있다면 그 위험도와 공포는 훨씬 덜 할 것이다. 그리고 필자보다 훨씬 전문성을 가진 많은 전문가들 역시 질환에 걸린 상태에서의 치료제를 그 답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중 머크, 화이자, 로슈 등에서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에 미 FDA의 긴급승인이 예상되는 머크의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결과는 치명율을 크게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문가들로부터 그 화학적 작용기전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이전부터 평가되어 왔다.
백신이 정말 이례적으로 빨리 개발되었듯 치료성과가 유의미한 경구용 치료제 역시 상황이 상황인만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오고 승인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역시 경구용 치료제 선구매를 위한 구체적 협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는 것이다. 고가의 가격 등 몇가지 난제가 있겠지만, 부디 협의를 성공적으로 해주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