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호모 루덴스(놀이를 즐기는 인간)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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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호모 루덴스(놀이를 즐기는 인간)와 메타버스
  • 경상일보
  • 승인 202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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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인도를 비롯해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외신들 반응도 뜨겁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일 “섬뜩한 유머와 기발한 미장센(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이 빛나는 피로 얼룩진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ABC는 오징어 게임이 말 그대로 ‘미쳤다’면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분석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특히, 화제가 되는 것은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의 다양한 한국 놀이문화를 따라 하는 영상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세계적인 사회현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TV를 대신하여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하고, 매일같이 저마다 동영상, 웹툰 등 엄청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1인 미디어의 시대라고 부르는 유튜브에서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유튜브에 하루 업로드된 동영상을 한 사람이 다 보려면 18년이 걸린다고 한다. 말 그대로 콘텐츠의 홍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놀이를 즐기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라는 말이 있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라고 말한다. 놀이는 단순히 ‘논다’의 개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키기까지 한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음악, 미술, 연극, 스포츠, 문학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점점 사람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그 시간은 다른 활동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활동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까? 바로 호모 루덴스로 대변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는 인간과 떼놓을 수 없는데, 콘텐츠의 본질도 이런 호모 루덴스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되면서 콘텐츠 수용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장돼, 각종 콘텐츠 분야에서의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신기술에 기반을 둔 콘텐츠가 얼마나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는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는 다양한 모습을 띄게될 것이며, 이러한 콘텐츠와 기술, 5G(5세대 이동통신) 등의 융합이 사용자의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이런 놀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그중 메타버스는 콘텐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바타가 살아갈 디지털 지구라는 상상력의 세계에서 출발하는 메타버스의 본질도 콘텐츠, 즉 놀이문화의 재미 추구라 하겠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한 최초의 세대인 Z세대들은 가상 공간인 이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또래들과 소통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같이 본다. 또한, 메타버스 속에서 유명 스타들의 버추얼 콘서트를 보고, 영화 시사회도 참석한다. 바로 옆자리에는 아바타 친구들이 앉아 있는 가상 극장에서 말이다.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다. 일과 놀이문화가 함께 얽히고 어우려져 삶을 즐겨왔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콘텐츠 창작의 영역을 열어주고 있고, 콘텐츠 산업의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메타버스로 시선을 돌리는 이때, 지금부터라도 광활한 콘텐츠로 채워질 새로운 디지털 지구인 메타버스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할 때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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