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글날은 왔는데 뮤지컬 ‘외솔’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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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글날은 왔는데 뮤지컬 ‘외솔’은 어디갔나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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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은 한글날이다. 울산은 한글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것이 이유다. 외솔은 1894년 울산에서 출생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인 1910년 주시경 문하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조선어학회 창립, 한글맞춤법통일안 제정 등 한글을 정립하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는데 한평생을 바쳤다. <우리말본> <한글갈> <글자의 혁명> <나라사랑의 길> 등은 나라와 한글사랑의 정신이 절절히 담긴 저서도 남겼다. 그래서 한글날은 울산에서 특별하다.

외솔의 고향인 울산 중구와 울산시는 한글도시로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외솔생가를 복원하고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어 한글축제를 열고 병영 일대에 한글간판거리도 조성했다. 2013년 뮤지컬 ‘외솔’도 만들어 공연을 해왔다. 전문화와 대중화를 동시에 시도한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는커녕 점점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외솔기념관은 개관 3년만인 2013년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했으나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박물관평가인증제에서 탈락했다. 외솔기념관은 최현배 선생의 유품을 통해 한글과 나라사랑 정신을 나타내는 한편 한글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바로 옆에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큰 이점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숙하고 소홀한 운영으로 설립목적 달성도, 조직·인력·시설 및 재정관리의 적정성, 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전시 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실시 실적, 공적 책임 등 5개 분야로 평가하는 인증제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뮤지컬 ‘외솔’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울산시가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7년간 이어오던 공연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울산시의 공모를 통해 당선된 민간기획사 외솔컴퍼니는 2019년 두 차례 공연을 한 것을 끝으로 무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가 3년간 5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던 공모요강의 규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뮤지컬 ‘외솔’은 특정인물을 부각하는 뮤지컬로는 드물게 음악성과 작품성이 뛰어나고 보는 재미도 갖춘 작품으로 평가돼 2018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울산에서 한글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분명 외솔 최현배에 있다. 막연하게 한글도시로 범위를 넓히다보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서 도시이름 딴 세종시나, 세종대왕이 영면한 곳인 여주시 등에 비해 밀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솔생가와 기념관의 전문화, 뮤지컬 ‘외솔’의 확산, 외솔의 업적에 대한 학술적 재평가, 나라사랑과 민족정신의 계승 등 외솔에 초점을 맞추고 특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글 보다는 외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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