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희귀병 앓는 아빠와 분리불안 겪는 다섯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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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희귀병 앓는 아빠와 분리불안 겪는 다섯살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1.10.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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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린이네 가족은 오래된 벽돌조 건물 1층 일부 공간을 사용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 대비 내부공간이 협소한 상황이다.

유치원생 혜린(가명·5)이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유치원 교사는 혜린이가 또래보다 약해서 앉았다 일어서길 힘들어하고, 계단을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혜린이 아빠는 혜린이 건강 문제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진다. 혜린이 아빠가 난치성질환으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혜린이 아빠 ‘베체트병’ 앓아 할머니가 돌봐줘

혜린이 아빠는 젊은 시절 건강했고, 꿈을 찾아 상경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심장마비와 건강 이상으로 잦은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10여년 동안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가 이름도 생소한 ‘베체트병’ 진단을 받았다.

베체트병은 여러 장기에 혈관염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다른 질환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아 희귀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에 따르면 베체트병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에서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혜린이 아빠는 친인척 중에서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체트병은 20·30대에 처음 시작되는 경향이 있고, 남성일수록 병의 경과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베체트병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법 또한 개개인의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높이고, 눈이나 중추신경계, 혈관 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도다.

혜린이 아빠는 이 병으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왔다. 병원 입원이 잦아지며, 어린 혜린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빠가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 할머니가 혜린이를 돌봐주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도 고령으로 돌봄이 쉽지 않다. 혜린이 또한 주 양육자와 자주 떨어져 지내며 분리불안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드림스타트 LH 전세임대 안내

질환 특성상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가 필수지만, 현 거주지는 면적 43㎡인 노후 주택이다. 오래된 벽돌조 건물 1층 일부 공간을 혜린이 가족이 사용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 대비 내부공간이 협소한 상황이다. 또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일조량이 적고, 구조적으로 환기도 원활하지 않다.

주거비도 큰 부담이다. 통상 주거비 과부담 가구는 세전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가 넘는 경우로, 임대료뿐만 아니라 주거관련 대출금, 광열비, 유지관리비 등도 주거비로 포함해 산정한다. 혜린이 가족의 월 소득은 아빠가 근로활동이 불가해 월 90만원 남짓한 정부보조금이 전부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월세, 공과금 등 주거비로 지출되고 있어 주거비 과부담 기준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혜린이 아빠는 정부보조금으로 임대료와 혜린이 돌봄 비용을 내고 나면 늘 생활비가 부족해 몸이 아픈 것 보다 생활하는 게 더 마음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혜린이네 상황을 접한 관할 드림스타트는 혜린이 가족에게 LH 주거복지사업을 안내했고, 혜린이 아빠는 전세임대에 신청해 입주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세임대는 입주대상자가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와 주택소유자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입주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이번에 혜린이 가족이 선정된 사업은 입주대상자가 될 경우 1억원 한도 내에서 전세금의 95%를 LH가 지원하고 있어, 실제 본인부담금은 임대보증금의 5%인 최대 5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혜린이 가족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의 보증금 300만원이 전부다. 혜린이 아빠는 어렵게 얻은 LH 전세임대 주택 입주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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