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시 조성 추진 울산 중구 성과와 과제]20년 노력에도 아직 낯선 ‘한글도시’
상태바
[한글도시 조성 추진 울산 중구 성과와 과제]20년 노력에도 아직 낯선 ‘한글도시’
  • 김정휘
  • 승인 2021.10.08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울산이 낳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한글사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울산 중구 외솔기념관과 병영초등학교 일대에 조성된 ‘외솔탐방길’ 담장 갤러리가 제대로 관리가 안돼 덩굴식물로 뒤덮여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중구는 독립운동가이자 한글 문법의 초석을 다진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다. 중구는 외솔 선생의 한글사랑 정신을 기리고, 범람하는 외래어에 밀려 위축되고 있는 한글의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목표 아래 ‘한글도시’ 중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는 동동 일원에 외솔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조성하는 한편 한글간판거리를 조성하는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해 ‘우물 안 한글도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차례 기획을 통해 한글도시 조성 사업의 현황과 한글도시 중구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외솔 중심 한글 브랜드화 추진

중구의 한글도시 조성 역사는 2001년 외솔 선생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울산시는 중구 동동 외솔 생가터 주변인 내황교 북측~장현 교차로 4.5㎞구간 도로를 ‘외솔큰길’로 명명했고, 이어 외솔 생가터를 시 지정문화재인 기념물 제39호로 지정했다.

이후 중구는 외솔 선생을 중구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글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외솔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9년 9월 외솔 생가를 복원하고 외솔기념관도 준공했다.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로 외솔실과 한글실, 영상실, 체험실, 수장고 등을 찾춘 외솔전시관을 통해 외솔 선생의 삶과 한글에 대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중구는 또 지난 2013년 한글 상징 가로등 41개를 설치하고, 지난 2015년부터 한글거리 간판 개선 사업을 통해 72동 310개의 간판을 개선했다.

병영오거리와 서동교차로에 한글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고, 외솔 한옥도서관도 건립했다.

외솔기념관을 중심으로 어르신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외솔한글한마당축제’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2015년에는 병영성을 중심으로 3㎞길이의 외솔탐방로를 조성해 산책을 하며 외솔 일대기와 글귀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한글을 형상화한 의자나 조형물, 길바닥도 조성했다. 중구는 올해 2월부터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중구만의 한글도시 탈피 시급

잇단 사업 추진에도 한글도시 중구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외솔 생가 복원과 외솔기념관 조성 등 그동안 진행한 각종 사업들은 관광객의 시선을 끌 만한 특색이 없어 중구만의 한글도시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글간판거리로 조성된 병영로 구간은 병영초등학교 앞 짧은 구간을 제외하면 한글간판거리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병영초등학교 앞을 조금만 벗어나면 영어가 그대로 적힌 간판이나 외래어가 적힌 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글간판거리임을 알리는 표지조차 없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한글간판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구가 간판 개선을 유도하고 있지만 업주가 반대할 경우 강제성이 없어 적극적인 추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외솔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는 외솔탐방길 역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산책로 역할에 그칠 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탐방로의 시작 부분이 골목 구석에 있어 찾기 힘들고, 주변에 연계할만한 관광 거리가 없어 외면받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벽면에 조성된 여러 읽을거리는 자라난 잡초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외솔 생가 및 외솔기념관 역시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7일 외솔 기념관의 방문객은 한 명도 없었고, 주차장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차해놓은 차량만 줄지어 있었다. 실제로 외솔기념관 방문객은 지난 2019년 5만918명에서 2020년 2만9213명으로 크게 줄었고 올해 9월 기준으로 1만6225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도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민도 한글거리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다. 이날 인근을 지나던 권모(26)씨는 “울산 토박이지만 한글마을은 처음 들어본다. 외솔산책길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한글문화특구 사업을 올해 2월부터 추진해 조례를 개정하고 한글도시 선포식과 한글사랑추진위원회 구성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며 “한글문화특구 설정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라 중구 전체를 대상으로 중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휘기자 wjdgnl1@ksilbo.ck.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류인채 ‘이끼의 시간’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
  • 장생포 수국 절정…한여름의 꽃길
  • 울산 첫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상업운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