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중반의 최씨는 2년 전 신혼집을 알아볼 당시 집값이 너무 비싸 매매를 포기하고 전셋집을 택했다. 집값을 잡겠다던 당시 정부의 말을 믿고, 종잣돈을 더 모아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마음을 고쳐먹었다. 더 기다렸다간 영원히 집을 살 수 없겠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씨는 “서울도 아닌 울산에서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어려울꺼란 생각을 못했다. 그동안 모은 돈에 대출을 받아도 마땅한 집을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울산지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계층이 확대되고 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위 소득의 중산층 가구조차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급등한 탓이다.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고 정부가 대출을 죄면서 ‘주거 사다리’도 흔들리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울산 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4억3014만원)와 전세(2억8533만원) 시세 차이는 1억4481만원에 달했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평균 1억4400만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2년 전인 2019년 8월엔 7646만원이면 전세에서 내 집 구매로 전환이 가능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울산 전체로 보면 평균 매매·전세가격 차이가 2019년 7070만원에서 올해 8월에는 9347만원으로 2000만원 가량 증가했다. 전세 세입자가 내집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평균 1억원 가량이 더 필요한 것이다.
구군별로는 남구가 1억4481만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중구(1억554만원), 북구(7732만원), 울주(6614만원), 동구(5145만원) 순이다.
더 큰 문제는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년전 매매가격이 현재의 전세가격이 된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구 약사아이파크(전용면적 84㎡)가 최근 4억8000만원에 전세 최고가를 갱신했다. 현재 매매가격이 7억4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2년 전만 하더라도 4억8000만원에 매매가 가능했던 아파트다. 당시 해당 단지의 전셋값은 2억원 후반에 불과했다.
울산 중구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중구 일부 지역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새 임대차법 강행 이후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도 폭등했다”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치솟고,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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