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공항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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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공항 유감(遺憾)
  • 경상일보
  • 승인 2021.10.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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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미국 뉴욕에는 3개의 공항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맨해튼에서 13㎞정도 떨어진 잭슨 하이츠에 있는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이다. 뉴욕시장을 지낸 ‘라과디아’의 이름을 붙인 공항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피오렐로 헨리 라과디아(1882-1947) 시장은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뉴욕시장을 3차례나 지낸 인물이다. 그가 뉴욕시 임시 치안판사를 맡았던 때의 유명한 일화는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화인처럼 남아있다. 굶주리는 손녀들을 먹이기 위해 빵을 훔친 가난한 할머니에게 10달러의 벌금을 선고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자신과 방청객들에게 각각 10달러와 50센트의 벌금형을 내린 그의 따뜻한 인품. 그래서일까? 뉴욕시민들이 ‘인내와 불굴’의 의지로 미국 대공항을 이겨 낸 라과디아 시장을 공항이름에 붙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 공항의 부침은 그 지역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공항이 그 지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갑자기 울산공항의 폐항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필자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떠올렸다. 라과디아 시장의 지도력과 정신이 그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공항 폐항 문제가 제기되면서 울산은 무척 시끄럽다. 공항의 존폐는 울산 지역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찬반양론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로 도시 성장이 가로막혀 있으며 불가능한 확장성과 지속적 경영적자를 이유로 폐항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울산이 글로벌시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울산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켜 국제적인 비즈니스 관문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국내 지자체마다 공항건설과 활성화에 안달이 나 있는데 잘 있는 공항마저 없애겠다니 시민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미래 교통수단 다변화와 공항연계 산업 등 공항과 지역발전 연관성에 대한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크게 실망스럽다. 공항 이용객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본 오사카처럼 외국인 방문객들이 5년 만에 거의 5배나 증가한 사례도 있다. 오사카 칸사이 공항 이용객 수는 국제선 이용객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부산~울산~경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사카~고베~교토와 지리적으로 많이 닮았다. 부산과 오사카는 제2의 도시, 경주와 교토는 역사도시라는 점이다. 보통 오사카에 관광을 가면 1개 도시만 가지 않는다. 교토도 가고 고베도 같이 여행한다. 외국 사람들이 부산을 방문하면 경주도 가고 싶을 것이다. 이들이 울산공항을 찾는 이유는 당연하다. 가덕 신공항을 이용하면 부산시내까지 38㎞, 부산에서 경주까지 약 95㎞를 가야 한다. 반면 울산공항을 이용하면 경주까지 35㎞, 부산까지 52㎞만 가면 된다. 또한 울산공항을 통해 부산 해운대, 오시리아, 동부산 관광단지도 갈 수 있다. 이렇게 발전 잠재력을 갖춘 울산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한다면 울산공항은 전국에서 공항과 철도, 도로가 모두 만나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해 울산공항은 개항 5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업도시 발자취를 따라 지난 반세기 울산 산업화의 동력이 되어온 울산공항의 힘찬 활주로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지난 1969년 9월, 울산공항 기공식 행사의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땀 흘려 닦은 공장 비행손님 웃고 오네, 늘어나는 항공손님 번창하는 우리 살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떠올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울산의 ‘인내와 불굴’의 개척정신, 울산공항에 오롯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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