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와 같은 위험 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발생할 수도 있다.”(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 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파가 여전한 가운데 국가 경제 수장들이 ‘회색 코뿔소’ ‘퍼펙트 스톰’ ‘악어의 입’ 등과 같은 섬뜩한 비유로 경제위기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코뿔소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외면하다 빠르게 돌진해 오면 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나라에서 재정 위기 경기침체 자연재해 등 다양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거대한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악어 입 그래프’는 재정 지출은 늘고 세수가 줄면 국가 재정 그래프가 악어 입 모양으로 벌어지는 일본 상황을 빗댄 용어다.
중국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공포, 물가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미국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 완화 축소)과 금리 인상, 중국 헝다그룹 파산 쇼크에 이어 국내에선 부동산 가격 급등과 버블 우려,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등이 겹치며 경제위기의 거대한 폭풍이 몰려 오고 있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더하며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맞먹는 ‘신대공황’이 덮칠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역시 경제위기의 ‘외풍’에 고스란이 노출돼 있다. 코로나를 잡기 위해 풀어놓은 재정 유동성 파티에도 불구, 경기둔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와 공공부문 부채를 차치하더라도 가계 부채는 치솟고 있고,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좀비기업(15.3%) 등 기업부채도 위기수준을 넘어섰다. 가계·기업의 부채문제가 우리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은 위기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테이퍼링과 함께 수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해 놓고 있다. 앞서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의 자금이 이탈하면서 경제위가 발생한바 있다.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도 다음달 회의에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물가를 잡고자 금리를 계속 올리고, 저성장과 침체국면이 깊어진다면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가계부채 부실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총생산(GRDP)의 거의 전부를 무역에 의존하는 울산경제는 ‘외풍’이 주는 충격은 어느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폭풍을 앞둔 울산의 경제주체들은 코뿔소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 앞에 튼튼한 방파제를 쌓아놓고 있는가? 작금의 지역상황은 ‘냄비속 개구리’처럼 위기에 둔감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빚투’, ‘영끌’로 지역 주택시장·전세시장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고, 주식·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에도 지역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상승의 충격파는 고스란히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서민가계에 전이될게 분명하다. 지역 경제주체 모두 버블경제 시대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갈 대비책이 필요하다. 위기에 대비한 리스크 점검이 필요한 때다.
김창식 정치·경제부장 겸 부국장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