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만난 울산 중구의 중국음식점 사장 A씨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매출이 절반가량 깎였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주류와 식재료도 미리 주문했다”면서 “백신 접종을 마친 손님들도 서서히 늘고 있다는 점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자 울산지역 내 자영업자들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소상공인들은 구체적으로 방역조치가 어떤 수준까지 완화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희망 고문’을 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 반, 걱정 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부터 울산과 같은 3단계 지역의 경우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백신접종완료자 6명을 포함해 10명까지 모일 수 있다. 종전 수칙보다 2명 더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새 방역체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최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체계 전환 시점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11월 초에 할 수 있고 늦어진다면 (현행 거리두기를) 다소 연장할 수 있다”면서 “2주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방역 상황을 평가하고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논의를 통해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방역지침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끝이 보인다’는 희망 섞인 반응을 내놨다.
울산대학교 인근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B씨는 “10시까지의 시간제한은 타격이 컸다. 가게 특성상 1차를 마치고 들어오는 손님이 대부분인 만큼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갑자기 찾아온 한파와 함께 시간 제한이 완화돼 아쉽다. 맥줏집은 날씨가 추워지면 손님이 줄기 때문에 앞으로 방역조치가 풀린다고 해도 큰 매출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시지회 관계자 역시 “예약 문의가 늘었다는 사장님들이 많다.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영업시간이 늘고, 10명까지 한팀으로 올 수 있다면 매출이 좀 오르지 않겠냐”면서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이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다음달에는 더 풀린다고 하니 이 고비만 넘기면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 완화로 인해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인원제한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새 거리두기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불만도 쏟아진다.
북구 명촌동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해온 C씨는 새로운 거리두기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50명씩 단체 손님을 받았던 가게인데, 두 명 더 늘려줬다고 매출이 회복되겠냐”면서 “회사 입장에서 공식 회식 자체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 2~3명이 모여 식사하고 가는게 전부다. 코로나 이전에는 직원을 4~5명 뒀지만, 지금은 혼자 나와 손님을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남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D씨는 “정부가 다음달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겠다지만, 확진자가 갑자기 폭증한다거나 하면 또다시 말을 바꾸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면서 “내년 대선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정치권이 어지러운데, 괜히 소상공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음 달 아버지 환갑을 앞둔 30대 E씨는 “아버지 환갑 때 마음 편하게 식당을 예약해 가족 식사를 하게 돼 다행”이라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조치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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