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 행정심의를 하는 의원들이 연구단체를 꾸려 문화·인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된다. 특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 인문·문화도시에 지역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한 번의 토론회나 학술대회로 인문과 문화도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는 어렵겠으나 차분하게 개념을 정립하고 제도화 방안을 강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다.
울산은 산업도시로 급성장했기 때문에 산업·경제와 인문·문화의 격차로 인한 혼란이 심한 도시다. 개개인의 가치관은 물론이고 도시성장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문·문화도시로는 통영과 수원 등이 꼽힌다. 이들 도시와 비교하면 울산은 역사성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으나 인문적·문화적 매력은 따라가기 어렵다. 전국적인 경향을 좇아 근래 들어 울산지역에서도 인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들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는 있으나 도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우리는 이미 문화와 인문이 지역을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문화도시는 ‘문화적인 사적(史蹟)이 풍부하거나 학문·예술 따위와 같은 문화적 활동이 활발한 도시’를 말한다. 인문도시는 ‘일상생활에서 인문 교육 및 체험을 통해 지식기반 사회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인적 사회 구축을 지향하는 도시’(정은영 <인문도시 통영, 그 아름다움에 빠지다>)로 정의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부수거나 없애고 새것으로 바꾸기보다 천천히 공들여 인간의 심성을 먼저 들여다보고 인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문화·인문도시인 것이다.
울산지역사회가 이미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그 시작이다. 그것을 위한 조례 등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를 위한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 공감대를 확산하고 저변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시민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인 아닌 도시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가 이어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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