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도를 닦는다는 사람, 자칭 도사 또는 도인들이 많다. 그들은 대체로 일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인식 속 도사의 이미지도 그렇다. 심지어 도사 또는 도인이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긴 내 주변에도 자칭 도사가 있다. 그는 늘 한복(주로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닌다. 그는 희고 긴 수염을 잘 깎지 않는다. 그는 가끔 도에 관해서 열변을 토할 때가 있다. 과연 그들은 도를 통한 사람, 도사인가.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장재가 쓴 책 <정몽(正蒙)> ‘태화(太和)’를 보면, ‘도는 길이다. 당초 이 글자를 이름 지을 때 길에서 뜻을 취했다. 사람들이 두루 다니는 것을 일러 길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홀로 다니는 것은 길이라고 할 수 없다. 도의 골간이 되는 뜻은 단지 일상의 인륜과 일에서 마땅히 행해야 하는 이치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남송 사람 진순이 쓴 책 <북계자의(北溪字義)>를 보면, ‘사실 도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사람이 두루 행하는 바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그 실제 내용은 단지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일이 마땅히 그리해야 하는 것으로서 이(理)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통으로 따르는 길이라는 점에서 도라고 지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는 컴퓨터 도사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것은 단지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것을 넘어서 컴퓨터의 원리 이치를 잘 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친구는 도통했더만”이라고들 한다. 특정 분야에 관해서 많이 알거나 잘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도 단지 안다거나 잘한다는 뜻을 넘어서 그 근본 원리 또는 이치를 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도는 일상이다. 도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도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특별한 사람이어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일상에서 행할 수 있는 것이 도이다. 자사는 <중용>에서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한다’라고 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이미 받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 성품 속에 도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을 찾아서 행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도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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