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입한 물건을 둘 곳이 없어 폐기하는 실정입니다. 새로 창업하는 가게가 줄어드니 손님도 거의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로 중고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번창하는 중고 거래 시장이지만 예상과 달리 급감하는 매출에 허덕이고 있다.
21일 찾은 울산 중구 한 중고 물품 판매업체.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 실외기 등 온갖 중고 물품들이 넘쳐나 가게 안에서 오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고 물품은 인근 인도와 골목뿐만 아니라 건물 옥상에도 쌓여 있었다.
신종코로나 여파로 폐업이 잇따르면서 중고 물품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거래 가격이 70%까지 떨어져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물건을 정리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해 두 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헐값에 물건을 들여온 중고 물품 매매업자들도 창업이 줄어들면서 판매처를 찾지 못해 재고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울산 내 숙박 및 음식업 창업은 2306건으로 월평균 330여건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월평균 390여건 보다 1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중고 물품 판매업주 강병길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건이 팔리는 수준이다. 신종코로나 장기화로 창업이 줄어 물건이 전혀 돌지 않고 있어 품목에 따라 40%에서 많게는 70%까지 중고품 가격이 떨어졌다”며 “물건 매입 가격에 운송 및 수리·설치에 들어가는 인건비도 안 나와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이어 나가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성새벽시장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손모씨는 “손님이 끊겨 월세도 빚내서 내고 있는 실정이다. 손님이 전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인근 중고 판매 업체 몇 곳은 불황에 문을 닫기도 했다.
유관기관 관계자는 “창업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대형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배달전문식당이나 전자상거래 등의 업종전환도 중고 거래 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휘기자 wjdgnl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