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시각]갈 길 먼 자치경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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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시각]갈 길 먼 자치경찰제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1.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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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부 차장

“글쎄요. 솔직히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전이랑 지금이랑 뭐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조직만 하나 늘어난게 아닌가요?”

최근 만난 울산지역의 한 경찰관은 자치경찰제에 대해 이렇게 되물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경찰관 뿐 아니라 상당수가 온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의견이었다.

울산지역에서도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된 지 100일이 훌쩍 지났으나, 일선 경찰관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고 효과도 미미하다. 경찰 조직의 회의적 시각은 물론 자치경찰제가 여전히 시민들과 동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지금까지 국가가 전적으로 수행하던 치안 업무를 국가와 시도가 분담해 같이 책임지는 제도다. 경찰 사무를 △국가경찰사무 △수사사무 △자치경찰 사무로 나누고, 이 중 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형태다. 우리나라 76년 경찰 역사의 획기적 변화이자 큰 전환점으로, 주민 밀착형·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 등에서 자치경찰제 시행에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시행 4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 현재 자치경찰제는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모습이다. 인력, 예산, 장비를 충분히 반영하고 준비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하는데 준비 없이 다소 급하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예산 문제가 제일 크다.

울산의 경우 올해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해 울산경찰청에 편성된 예산은 50여억원인데, 내년에는 이보다 줄어든 32억원에 불과하다. 자치경찰위원회에서 맞춤형 치안 정책을 발굴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예산인 것이다. 시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도 “지자체의 예산 협조 없이 자체 예산만으로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기는 힘들다. 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무국 인력도 현재 총 23명(공무원 13명, 경찰 10명)에 위원장과 사무국장까지 포함해 상근직원이 25명에 불과하며, 서로 다른 조직에서 파견나온 경찰과 공무원 간 융화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사권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놓고 현장의 불만과 불신이 여전히 높다는 데 있다. 한 경찰관은 “자치경찰의 임명권은 시도지사에게 있는데 이러한 이원화는 불공정하다. 특히 봐주기 수사가 눈에 안보이는 곳에서 만연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치경찰의 임명권자가 음주단속에 걸렸다면 누가 이걸 수사할거냐”라고 꼬집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례 단속 등 각종 업무가 지구대 경찰관에게 이관되는 부분이라든지, 지자체 공무원과 자치경찰 간 복지혜택 차이에 대한 것 등도 불만이다.

지난 1999년 개청 후 올해로 만 22주년을 맞은 울산경찰은 자치경찰제 시행과 더불어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지역 치안 현장에 안착하고, 진정한 울산시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산·인력문제 보완과 함께 실질적인 인사·징계권 부여 또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 등이 절실해 보인다.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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