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미술도시, 울산]작품 수집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와 함께 연구하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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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미술도시, 울산]작품 수집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와 함께 연구하는 미술관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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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진행중인 ZKM 특별전 ‘미래 역사 쓰기’. 세계적으로 독특한 미디어 아트로 손꼽히는 작품을 선보인다. 백남준의 ‘노아의 방주’를 비롯해 500여점이 소개됐다.

곧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최전선 ‘미디어 아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산업수도 울산의 정체성과 미래지향점을 고려한 결과다. 물론 고전예술을 아예 버린 건 아니다. 이 도시의 첫 공공미술관인만큼 순수미술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과의 융합, 현대미술 중에서도 가장 ‘핫’한 영역을 확보하고 이를 도시의 문화발전과 연결시켜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지난달 독일에서 예술과 미디어 센터(Zentrum fur Kunst und Medien·이하 ZKM)의 수석큐레이터 필리프 지에글러(Philipp Ziegler·사진)씨를 만났다. 그는 30년 전 개관 이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디어 아트의 메카로 자리매김 해 온 ZKM에서 10여년 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의 미래, 유럽과 아시아권 뮤지엄의 연계와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 코로나 팬데믹 이전, ZKM 대면행사.



◇첫 소장품 ‘백남준’ 기대감 크다

그에게 울산시립미술관의 1~3호 소장품이 백남준이라고 알려줬다. 울산시는 지난 7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나면서도 울산의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작품을 엄선한 끝에 ‘거북’(1993), ‘시스틴 채플’(1993),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 3점의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고 밝힌바 있다.

“미디어 아트 뮤지엄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세 점 모두 볼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ZKM에도 백남준의 작품이 꽤 많습니다. 백남준은 30여년 전, ZKM 건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건립에 앞서 우리는 미국의 MIT에서 우리의 이상과 가장 근접한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관명이 CAVS(Center of Advanced Visual Studies)였는데,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특징이 있었죠. 당시 백남준도 그곳 보스턴에서 매체예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초기작업은 물론 중기와 후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소장하게 된 배경이지요.”

▲ ZKM 전경.


◇미술관은 더이상 미술관이 아니다

그는 ZKM이 작품을 모으기만 하는 뮤지엄이 아니라고 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함께 연구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제도를 추구한다고 했다.

“우리는 하나의 종합예술기관입니다. 교육, 예술의 창작과 생산, 수집, 예술과 과학기술의 실험 및 연구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지요. 우리의 작업만을 보여주지 않고, 해외의 비슷한 영역과 교류하기도 합니다. 단지 보여주는 전시에 우리의 사명을 다하지않고, 연구-지원-교류처럼 기본에 더 방점을 둔 것이 ZKM의 성공이유입니다.”

과학기술이 접합된 예술작품을 일회성 전시로만 보여주느냐, 수집에 보관까지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작품을 보관한다는 것에는 그 기능적인 부분을 함께 유지해 지속적인 전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ZKM은 30년 전부터 작품을 수집해 왔는데,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에는 그 시대 그 작품이 갖고있는 고유의 기술을 제대로 보존한다는 의무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5년 전, 10년 전, 20년 전 기술들을 복원시키고 유지하는데는 상당한 정보와 지식,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이슈에서 늘 전면에 등장하는 백남준의 작품을 소장했다니, 울산시립미술관도 같은 길을 걷게될 겁니다. 한편으론 아주 용감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왜냐하면 한번 작품을 전시하는 것 보다 소장하여 보관한다는 것에는 위에 열거한 의무사항들이 따르기 때문이죠.”



◇아시아권 뮤지엄과의 연대 중요하다

그는 아시아권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1989년 ZKM이 개관한 해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되던 해였는데, 이는 서방이 아닌 동방 즉 동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매체 예술과 정보 기술을 다루는 ZKM에게는 그 영역에서 항상 앞서 나가는 아시아권 국가와 그들의 문화권에서 기술을 어떻게 다루는 지 눈여겨 봐야했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백남준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다시 언급됐다.

“ZKM은 백남준의 작품을 아주 중요한 소장품으로 여기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개인전을 연 적이 없어요. 아주 귀한 작품을 소장했다니, 울산시립미술관과도 협업을 추진하는 기회가 있으면 합니다. ZKM은 이같은 교류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한국의 뮤지엄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2022년에는 서울국립현대미술관(MMCA)과 협업하는데, 김성귀 작가가 2019년 MMCA에서 선보인 ‘게으른 구름’ 전시를 내년에 이곳으로 옮겨옵니다. 미디어 아트 작가이자 ZKM의 관장 피터 바이벨(Peter Weibel)의 개인전은 반대로 MMCA에서 열리지요. 피터가 기획하여 2017~2019년 ZKM에서 진행한 ‘Open Codes’ 전시는 한국의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ZKM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됩니다.”


◇미디어 아트는 단절 아닌 교류

끝으로 코로나를 전후한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려달라고 했다. 코로나는 지구촌을 비대면 가상세계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다. 이같은 디지털 기술 발전이 미디어 아트와 미술 전시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했다.

“미래는 미술품의 디지털화를 강화해 아날로그 전시와 연결시킨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확장될 겁니다. ZKM은 코로나 때문에 2번에 걸쳐 장기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 온라인 국제커뮤니티를 통해 독일 외 지구촌 대중과의 교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물리적 전시와 가상의 전시를 어떻게 잘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우리는 ‘전통적인 지척의 관람객’(Close Society)과 ‘원격의 관람객’(Telematic Long-Distance Society)을 분리 지칭해 관련 사업이나 정책을 따로 추진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도 이는 지속됩니다. 세계곳곳에서 실험적 시도가 이어질텐데, 울산 역시 동참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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