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지마을의 미역바위 돌미역, 쫄깃한 식감 전국적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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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지마을의 미역바위 돌미역, 쫄깃한 식감 전국적 유명세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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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판지마을 앞바다 미역바위 언저리에서 미역을 따는 해녀. 사진=울산시 제공

태조 왕건이 고려 개국 공신인
울산 박씨 시조 박윤웅에
미역바위 하사한 기록 남아

북구 강동동 판지마을 앞 미역바위
2001년 울산시 기념물 제38호 지정
북구 ‘국가중요어업유산’ 신청도

강동은 해안따라 암반 많이 발달
수심 얕고 물이 맑고 일조량 많아
오래 끓여도 쫄깃함 유지해 인기

다양한 식재료들과도 환상 궁합
담치미역국은 별다른 양념 없이도
담치의 감칠맛으로 담백하고 시원

‘곽암’(藿巖)은 미역이 붙어서 자라는 바위다. 미역바위라고도 한다. 울산시 북구 강동동 판지마을 앞바다 속 미역바위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 바위가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된 건 불과 20여년 전, 2001년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바위의 미역 이야기는 이미 1000여 년 이상 전해 내려 왔다. <신중동국여지승람> <학성지>처럼 옛 문헌에도 여러차례 언급돼 있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개국할 때 이를 도왔던 울산 박씨 시조 박윤웅이 있어, 직접 그에게 이 미역바위를 하사했다는 것이다. 전국 유일의 하사암(下賜巖)인 이 바위의 또다른 이름은 ‘양반돌’ 혹은 ‘박윤웅돌’이다. 이미 1000년 전 혹은 그 이전부터 최상의 미역을 생산하고 있었음을 우리의 역사서가 알려준다. 울산의 음식문화를 이야기 할 때, 미역바위의 미역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울산 북구 강동은 해안을 따라 암반이 많이 발달해 있어 미역이 붙어 성장하기 좋다.

돌미역은 바위에 뿌리를 박고, 거센 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자란다. 이 미역을 채취하는 시기는 4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울산 북구 강동은 해안을 따라 암반이 많이 발달해 있어 미역이 붙어 성장하기 좋다. 이곳 돌미역은 지역 이름을 따서 ‘강동 돌미역’ ‘정자 돌미역’ 등으로 부른다. ‘쫄쫄이 미역’이라고도 한다. 줄기가 길고, 잎과 줄기 폭이 좁고 두껍다. 질감도 단단하다. 울산 미역이 알아주는 상품인 이유는 이처럼 자연환경에 있다. 강동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은 데다 일조량이 많아서 미역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특히 거친 물살이 미역의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오래 끓여도 풀어지지 않고 쫄깃함이 유지된다. 어촌 사람들은 바위에 ‘탁’하고 부딪치는 파도를 많이 맞은 미역일수록 더 상급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렇게 잘 자란 미역을 상처나지 않도록 잘 걷어들인 뒤 직사각형 모양으로 형태를 잡는다. 그런 다음엔 햇볕과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바싹 말려야 한다. 6~7월까지 이 곳 바닷가에선 그렇게 건조되고 있는, 몸값 비싼 돌미역을 볼 수 있다. 그래야 맛좋고 영양많은 미역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 담치를 넣고 끓인 돌미역국.

돌미역으로는 다른 음식보다도 역시 국을 끓이면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이야말로, 그렇게 장만해 두었던 돌미역으로 뜨끈한 국을 끓여 먹기에 그만이다. 돌미역으로 국을 끓일 때는 일단 큰 냄비를 준비해 오랫동안 팔팔 끓여야 한다. 돌미역은 특성상 오래 끓여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돌미역의 장점 중 장점이다. 깔끔한 맛이 일품이고, 국이 식어도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미역국은 기호에 따라 여러가지 재료와 함께 끓인다. 소고기 미역국이 대표적이다. 다시가 많이 나는 부위를 참기름과 소금에 볶다가 불린 미역과 함께 한소끔 끓이면 된다. 지역별로 조개, 황태, 전복, 굴, 성게 등을 넣는 곳도 많다. 울산은 생가자미를 넣어 미역국을 많이 끓인다. 흰살 생선 가자미는 잡내가 없는 생선으로 유명해 비린 맛에 민감한 이들도 잘 먹는다. 아니면, 아예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오로지 미역으로만 국을 끓일 수도 있다. 국간장과 참기름만 넣고 미역을 볶다가 물을 부어 펄펄 끓인다. 이때는 다진 마늘과 유지렁을 조금 활용하면 낫다.

이번 미역국 조리편에서는 특별히 담치를 활용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 어느 재료보다 미역과 궁합이 잘 맞고, 시원한 국물맛 역시 어느 재료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우선 담치에 다진 마늘을 넣어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부어 볶는다. 마늘이 살짝 갈색빛이 도는 듯 하면 불려뒀던 미역을 넣어 다시 볶는다. 충분히 볶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덩치가 큰 담치의 경우엔 아예 한차례 데쳐서 사용하기도 한다. 소금물로 데치면 살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다시물은 버리지 말고, 미역국을 끓일 때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완성된 담치 미역국은 별다른 양념을 쓰지 않는다. 국간장 한두스푼으로 간만 맞춘다. 담치에서 흘러나온 감칠맛 때문에 미역국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몇해 전 울산시 북구에서 미역바위의 이 같은 깊은 사연을 널리 알리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신청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벌써 5년도 더 된 일이다. 이후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으니 아무래도 결과가 좋지 않았나보다. 다만, 한번 시도로 그만 둘 것이 아니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몇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역사가 있고, 현재까지도 관련 활동이 지속되는 소중한 어업유산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미역 산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울산만의 고유한 역사문화를 잘만 활용한다면, 울산의 자랑스러운 음식문화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스산한 바람이 부는 요즘, 따끈한 미역국 한 상이 생각난다면, 울산 북구 판지마을의 전설같은 미역바위를 꼭 한번 떠올려 보자.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참고=울산역사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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