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주 검단리 유적,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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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주 검단리 유적,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켜야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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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에는 사적 332호로 지정된 ‘울주 검단리 유적’이 있다. 검단리유적은 청동기시대 정착해서 살았던 주거지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환호를 갖춘 마을 전체의 모습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로 그 중요성이 인정돼 발굴조사가 끝난 지 5개월 만에 사적으로 지정했다. 환호는 주거지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을 빙둘러 파놓은 긴 도랑이다. 남구 무거동 옥현에서도 청동기시대에 이미 정착해서 논농사를 지었던 주거지와 논(수전)이 발굴됐지만 아파트 공사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검단리 유적지는 현장이 남아 있는 청동기 주거지다.

그러나 막상 유적지를 찾아가면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청동기시대 환호취락이라는 설명문과 발굴 당시 유적 전경이 담긴 몇 개의 안내판만 맞닥뜨리게 된다. 실지 눈에 보이는 유적지는 골프장 페어웨이와 같은 넓은 잔디밭일 뿐이다. 검단리 유적을 보겠다고 찾아간 답사객이라면 6000㎡에 이르는 잔디밭만 보고 돌아와야 한다는 말이다. 표지판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세세하게 돼 있어 상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현장박물관으로 조성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부산 동래구에는 복천박물관·고분군이 있다. 1981년 사적 273호로 지정됐다. 1969년부터 1994년에 이르기까지 6차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해 덧널무덤, 돌방무덤, 널무덤 등 고대부터 삼국·가야·신라시대 다양한 형식의 고분 100여기가 발굴됐다. 발굴된 무덤을 그대로 강화유리로 덮어서 보여주는 야외전시관에서는 구덩식 돌덧널무덤(53호)과 딸린 덧널이 있는 덧널무덤(54호)의 내부를 볼 수 있다. 그 옆에 실내박물관을 지어 고대 고분과 출토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현장감을 살린 볼거리 많은 대표적 박물관으로 부산시립박물관보다 더 인기다.

검단리유적을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울주문화원은 2003~2006년 3차례에 걸쳐 검단리 유적지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우리나라 청동기주거지의 특징을 보여주는 실내외박물관이라면 충분히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복천고분군이 고분을 테마로 한 박물관으로 성공한 것은 그 좋은 본보기다.

울산박물관이 울산의 중요 유적 테마전시회의 첫 시작으로 울주 검단리 유적을 선택해 26일부터 내년 5월29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발굴조사를 했던 부산대학교박물관에서 빌린 유물 30점과 환호 안에서 생활했던 청동기 울산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검단리 유적이 복천박물관에 버금가는 야외박물관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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