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상 유적지를 찾아가면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청동기시대 환호취락이라는 설명문과 발굴 당시 유적 전경이 담긴 몇 개의 안내판만 맞닥뜨리게 된다. 실지 눈에 보이는 유적지는 골프장 페어웨이와 같은 넓은 잔디밭일 뿐이다. 검단리 유적을 보겠다고 찾아간 답사객이라면 6000㎡에 이르는 잔디밭만 보고 돌아와야 한다는 말이다. 표지판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세세하게 돼 있어 상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현장박물관으로 조성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부산 동래구에는 복천박물관·고분군이 있다. 1981년 사적 273호로 지정됐다. 1969년부터 1994년에 이르기까지 6차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해 덧널무덤, 돌방무덤, 널무덤 등 고대부터 삼국·가야·신라시대 다양한 형식의 고분 100여기가 발굴됐다. 발굴된 무덤을 그대로 강화유리로 덮어서 보여주는 야외전시관에서는 구덩식 돌덧널무덤(53호)과 딸린 덧널이 있는 덧널무덤(54호)의 내부를 볼 수 있다. 그 옆에 실내박물관을 지어 고대 고분과 출토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현장감을 살린 볼거리 많은 대표적 박물관으로 부산시립박물관보다 더 인기다.
검단리유적을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울주문화원은 2003~2006년 3차례에 걸쳐 검단리 유적지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우리나라 청동기주거지의 특징을 보여주는 실내외박물관이라면 충분히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복천고분군이 고분을 테마로 한 박물관으로 성공한 것은 그 좋은 본보기다.
울산박물관이 울산의 중요 유적 테마전시회의 첫 시작으로 울주 검단리 유적을 선택해 26일부터 내년 5월29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발굴조사를 했던 부산대학교박물관에서 빌린 유물 30점과 환호 안에서 생활했던 청동기 울산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검단리 유적이 복천박물관에 버금가는 야외박물관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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