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절기 불청객, 골든아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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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환절기 불청객, 골든아워에 달렸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10.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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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영 울산 울주소방서장

일교차가 심해지고 찬바람이 부는 환절기가 찾아오면 걱정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뇌졸중이다. 갑자기 찬 기온에 노출되면 몸속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평소 혈압이 높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뇌졸중은 전세계 사망원인 2위이자 국내 단일질환 사망원인 1위로 후유증 또한 심각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53만8443명에서 2020년 60만7862명으로 약12.9%증가했다. 뇌졸중은 사망률도 높지만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장애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2020년 9월 울산의 한 공장에서 “사람이 쓰러졌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환자는 말이 어눌했고, 얼굴에 비대칭이 관찰되며, 우측 편마비 증상을 호소했다. 구급대원들은 뇌졸중으로 의심해 즉시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을 했다. 직장 동료들의 빠른 신고와 출동대원들의 응급처치, 그리고 신속한 병원이송 덕분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완전하게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왔다.

뇌졸중 초기증상에는 한쪽 얼굴이나 팔, 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두통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음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거나 한쪽만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얼굴 비대칭의 경우 본인이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심각한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10월29일은 전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을 예방하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는 주요 증상을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F.A.S.T.캠페인을 하고 있다. F(Face·웃을 때 좌우 얼굴 모양이 다른가), A(Arm·한쪽 팔다리에 힘이 약한가), S(Speech·말이 잘 나오는가), T(Time to act·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라)

우리나라에도 기억하기 쉬운 캠페인이 있다. 바로 ‘이웃·손·발·시선’ 캠페인이다. 이웃(이~하고 웃을 수 있는지), 손(손을 들 수 있는지), 발(발음이 정확한지), 시선(시선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느닷없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뇌혈관에 문제가 쌓여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터지거나 막혀서 발병한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하여 위험인자를 발견하여 초기부터 조절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다. 요즘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옷을 충분하게 입고 노출되는 머리와 목 등 신체의 보온을 위해 털모자, 목도리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뇌졸중은 사망률도 높지만 치료를 받아도 심각한 후유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거동불편이나 인지장애로 본인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낮아지고, 재활치료와 일상생활에 있어 가족들의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이 귀중한 시간’이라는 골든아워가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예후를 직접 바꿀 수 있는 뇌졸중의 골든아워는 6시간 이내이다. 뇌졸중의 급성기 치료가 6시간 이내라고 해서 그 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더 좋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며 갑자기 말이 어눌하거나 편마비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119에 신고하여 골든아워 내에 치료를 받아 ‘황금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자.

정호영 울산 울주소방서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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