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관상이란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하는 일종의 점(占)을 말한다. 관상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마의상법>으로부터 체계화되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점술로 일반 대중에게 알려져 내려온 지는 20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관상학은 현실에 근거를 두고 통계학적 방법에 따르는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옛날부터 전해지는 다른 점술(占術)과는 근본적으로 그 유례를 달리하며, 기본적으로 인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고 그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피흉추길(避凶趨吉)의 방법을 강구하는 학문으로 일컬어진다.
관상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주로 관상에서의 출판편향, 선택편향 또는 확증편향과 같은 편향적 요소에 기인한 근거 사례 중심의 추론에 바탕을 둔다는 측면에 연유하는 바가 적지 않다. 즉, 얼굴상에 따른 특징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들이 모형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되는 현상, 확증하고자 하는 특징과 대상 중심으로 표본을 구성하고 분석하는 경우 등이 통계적 왜곡을 유발하는 요소라고 보고, 이는 불신의 뿌리가 되곤 한다.
또한, 관상을 공부하는 전문가들도 사람의 얼굴 관상이 마음먹기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니 마음이 변하면 관상도 변하지 않겠는가. 특히, 사회심리학에서 사람의 지위가 그 사람의 외모나 얼굴상을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소위 지위가 높은 사람의 외모가 실제로 변화가 없더라도 더 나아 보이는 현상과 같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사전정보인 배경 데이터가 주어진 상태에서의 관상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상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쨌든 관상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통계학적 접근으로 보는 면도 있고, 아닌 측면도 있는 것이다. 물론 관상에 따라 진단을 하고 예측을 하는 문제에서의 오차가 줄어든다면 모든 것이 형통하겠지만 말이다.
한편, 최근 이미지 데이터 기반 분석, 모델링 및 예측기술이 발달해서 인공지능이 심사하는 국제 미인대회라든가, 얼굴 데이터 분석시스템이 개발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모두 확률분포의 일부분으로 설명하는 것은 관상에 대한 통계적 접근법으로 볼 수 있겠다. 매우 많은 표본으로 구성된 얼굴 이미지의 특징들이 다양한 결과변수들로 확률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모형화한다면 개량된 관상학의 한 영역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축적되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정교해질수록 그 예측에 대한 정확도는 높아질 것이다. 최근 이러한 시도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관상 앱으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관상 분석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방대한 얼굴 데이터가 시계열적인 특징 또는 결과 데이터와 결합하여 축적된다면, 그리고 그 세분된 데이터가 빅데이터 및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모형화된다면 충분히 예측력이 높은, 유용성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현재의 관상 앱은 오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저 재미로 보는 수준일 따름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관상을 보고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특정 짓거나 예측하는 것이 바람직 한 일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어쩌면 신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영화 ‘관상’에서 거의 왕권을 거머쥔 수양대군이 내경에게 묻는다.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전까지는 역모의 상으로 바라보았던 내경은 아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수양의 물음에 “왕이 될 상입니다, 성군이 될 상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요즘 대통령 후보 선출과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될 것인지를 두고 관상 앱의 적합 결과로 시끌벅적하다. 적어도 아직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닌듯하다. 그냥 국가를 이끌 비전과 정책으로 잘 판단해서 뽑을 일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