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9일은 ‘소방의 날’이다. 올해로 59주년을 맞이하는 소방의 날은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의 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소방은 보강이 더 되어야 하겠지만, 안정적인 중년의 나이에 든 사람처럼 조직과 시스템이 안정적인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소방의 날 유래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조선총독부 경무국과 소방협회에서 매년 12월1일을 ‘방화일’로 정해 화재예방활동을 해왔고 해방 이후 1948년부터 매년 11월1일에 불조심 강조기간을 정해 유공자 표창과 각종 캠페인 등의 행사를 가졌다. 본격적인 기념행사는 1963년에 들어서야 내무부 주관 하에 제1회 소방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지난 1971년 크리스마스에 발생한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로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화재 경각심이 커짐에 따라 1975년 내무부 소방국이 탄생하게 됐다. 1991년 12월14일에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119를 상징하는 11월9일을 소방의 날로 제정했다.
소방이 경찰기관에 속해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후 1978년 소방공무원만의 독자적인 신분법이 제정됐으나 여전히 파출소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복장 또한 국방색 제복을 그대로 입었다. 소방의 상징인 주황색 제복은 일부 구조대원들만 입고 있다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활약상이 TV를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2001년 복제 규칙이 개정돼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입게 되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국민들에게 소방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 502명이 사망하고 9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재난으로 소방대원들이 밤낮으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구조 활동을 펼치는 모습이 수많은 매체에 소개되면서 소방관의 업무가 화재진압에 국한되지 않고 구급, 인명구조 등 재난현장에서 다양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지난 2017년에 국민안전처 산하 소방본부에서 소방청으로 분리돼 소방청장 판단 하에 전국의 소방차들이 관할구역을 넘나들며 출동할 수 있게 됐다. 그 예로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 현장이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 872대, 소방공무원 3251명이 총동원돼 강원도로 집결했다. 이는 단일화재 역사상 가장 많은 소방차가 출동한 사례로 기록됐다. 인터넷 상에서는 ‘속초로 향하는 영웅들’이라는 제목의 한 사진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1일은 우리 소방에 매우 뜻깊은 날이었다. 모든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날이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1973년 2월 지방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이원화된 후 약 47년 만에 통합됐다. 이는 소방에 대한 응원과 관심이 만들어낸 결실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당시 소방청은 특수소방장비 동원령을 내렸다. 울산의 모든 소방공무원이 동원됐고 6개 시·도소방본부에서 헬기 4대(산림청 1대 포함), 특수소방차량 89대, 272명의 소방공무원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인 끝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국가직 전환과 동시에 관할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됐고 소방청장의 일원화된 지휘체계가 가능해지면서 골든타임 확보가 앞당겨지게 됐다.
이 때 구조된 한 시민은 언론매체의 인터뷰에서 “차라리 뛰어내릴까 하는데 헬멧을 쓴 신들이 왔다”며 소방대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방의 재난대응은 국가직화가 되면서 국민의 생명 보호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른 인력보강, 장비보급 규모 등 지역 간 간극을 좁혀가고 있으며 소방공무원 1명 당 담당하는 인구수 역시 2016년 1186명에서 2020년 859명으로 27.6% 줄어들어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국민과 함께 만든 결실이다. 국가직 전환의 주된 목적은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동등하고 신속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소방은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인동 울산 중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