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우리 삶을 디자인하다-제5회 울산건축문화제]건축사와의 소통, 내가 생각하는 집 얻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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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우리 삶을 디자인하다-제5회 울산건축문화제]건축사와의 소통, 내가 생각하는 집 얻는 길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1.0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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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는 바람이 강하고 강수가 많아 집이 낮고 벽을 두껍게 했다. 사진은 진도 민가.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상상을 했을 것이다. 대부분은 방은 몇 개, 거실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각 자의 생활습관, 직업 그리고 가족구성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집의 형태도 달랐다. 우선 제주의 세거리집은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목거리(곁채)로 이뤄졌다. 제주도의 거센 바람에 대비한 결과다. 내부는 일자형 겹집 구조로 폐쇄적인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보통은 가옥과 곳간을 분리하는데, 제주에선 안방과 연결돼 있다. 진도 민가 역시 바람이 강하고 강수가 많은 탓에 집이 낮고 돌과 진흙을 섞어 벽을 두껍게 했다.

▲ 제주도의 세거리집은 거센 바람에 대비한 형태다.
▲ 제주도의 세거리집은 거센 바람에 대비한 형태다.

벼농사가 발달했으니, 지붕은 볏짚으로 이었다. 안방을 중심으로 부엌과 마루를 배치했고 부엌에는 모방을 두었다. 울릉도 민가는 방, 곳간, 변소, 장독대가 모두 외벽으로 둘러쌓였다. 사면 봉당으로 공간이 연결된 일자형이다. 벽이 이중으로 형성된 건 울릉도가 겨울이 길고 비바람과 눈, 습기가 많아서다. 이중벽 사이에 봉당이야말로 특이한 건축 양식이다. 부엌에서 나오는 연기가 봉당과 판자로 된 천장을 감싸면서 방에 온기를 전하는 이점도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건축 자재의 발전으로 이같은 지역적 특성이 많이 사라졌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과 크기가 결정되고, 지역성 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더 받는다. 예를 들어 1970년대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으로 주거문화가 바뀌었고, 단지형 아파트가 대거 등장했으며, 이후 도시민의 삶은 아파트 주거로 연결돼왔다.

▲ 1970년대 등장한 단지형 아파트.
▲ 1970년대 등장한 단지형 아파트.

반면 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에는 답답한 아파트 보다 자연을 품은 집(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꾼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그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는 ‘레이어드 홈’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기도 했다.

레어어드 홈은 2021년도 10대 트렌드 중 하나다. 여러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처럼 집의 기본 역할에 새로운 기능들이 더해지면서 집의 기능이 다양해진다는 개념이다. 사실은 1인 가구 증가와 홈퍼니싱(집 꾸미기) 열풍때문에 지속적으로 주목을 끈 분야지만, 코로나19 이후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실제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휴식과 주거의 역할이 기본이었던 집이 홈스터디, 재택근무,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캠핑, 홈가드닝, 홈파밍 공간으로서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홈캠핑족들은 집 안의 마당이나 옥상·베란다 등의 공간을 캠핑장처럼 꾸며 집에서 캠핑을 즐기며, 홈트족들은 집에 운동기구를 배치해 헬스장을 가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한다.

사람들은 집을 어떻게 생각할까. 집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집에 대해 꿈, 인생, 행복, 나만의 세상, 가족, 영혼의 안식처, ‘나’일 수 있는 곳 등의 정의를 내놓았다. 이처럼 집은 개인의 욕망과 생활습관, 가치관이 녹아있다. 그런데 그 집을 타인(건축사)에게 맡겨 짓게하는데, 타인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인의 생각과 약간씩 다르게 완성될 수밖에 없는게 집짓기의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 최성길 건축사사무소 ‘단’ 건축사
▲ 최성길 건축사사무소 ‘단’ 건축사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바로 집을 설계할 때, 건축사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다. 우리 울산에도 의뢰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건축사들이 많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한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집을 짓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오는 11~14일 열리는 제5회 울산건축문화제 기간 중 기획전시1 코너는 예비 건축주와 울산지역 건축사들이 보다 좋은 설계안을 위해 소통하는 자리다. 건축문화제는 시민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개최장소를 처음으로 야외(태화강국가정원)으로 옮겼다. 좀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 건축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최성길 건축사사무소 ‘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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