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감 사세요, 단감. 울주단감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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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단감 사세요, 단감. 울주단감을 사세요”
  • 경상일보
  • 승인 2021.11.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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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울산 울주군의 유명한 단감에 병이 들어 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울주군 대표적인 단감 생산지인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 등 일부 마을에 10여 년 만에 탄저병이 발생했다.

또한 구영리 일부와 척과리 등에서도 탄저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농가의 피해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추산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맺은 결실의 절반 이상을 탄저병 피해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태풍으로 적잖은 낙과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올해 또 역병 앞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감 탄저병은 과실 표면에 검은 점이 생기는 게 특징이다. 작은 점이 점점 커지면서 열매의 절반 크기까지 번지기도 한다. 탄저병에 걸린 단감은 익기도 전에 쉽게 물러지고 꼭지가 약해지면서 떨어진다.

농가들은 바닥에 떨어진 단감이 주황색 홍시로 뭉개져 있는 것을 쳐다보며 한숨을 짓는다. 나무 한 그릇에 보통 200여 개의 단감이 열리는데 겨우 한두 개가 달려 있거나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나무도 곳곳에 보인다. 여름철 잦은 비와 낮은 일조량 등으로 병충해가 크게 번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농가가 한꺼번에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라고 농민들은 전한다.

한참 수확철을 맞아 범서읍 일대 단감 농장 400여 곳이 일제히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병충해는 재해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울상이다. 올해 수확량이 예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 생계에도 큰 타격이 올 것이 분명하다.

울주군 지역 단감 농사는 모두 1989 농가에서 264ha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2019년 4008t. 지난해 3738t, 올해는 그보다 절반 이상, 최대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고급 과일에 속하는 단감의 소비가 둔화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 뻔한 데 작황마저 엉망이어서 농민들의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울주군은 탄저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농가에 필요한 예방 약제 등을 지원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싶다. 우선 탄저병균은 식물체 내에 상당 기간을 잠복하기 때문에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2~3년 동안 계속해서 탄저병에 집중적인 방제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발병이 되풀이돼 더욱 큰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 농가에 대한 전방위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수확한 단감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도 아직은 무르지 않지만 검은 점이 있는 피해 감을 골라내야 하는데 이는 오로지 사람의 눈과 손으로만 가능한 작업이다. 쉽게 물러버리는 피해 단감을 상품으로 판매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울주군은 농가 피해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쏟아야 된다.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하고 해외수출 등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피해 농가 지원을 위해 울산시민의 단감 구매 운동도 병행할 수 있도록 울산시도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서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단순히 방제대책이나 신품종 교체 등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울주군의 발 빠른 행정력을 기대한다.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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