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수직계열화된 산업구조로 인해 생산기반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울산은 세계 경기 침체와 주력산업 경쟁력 저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친환경화, 스마트화,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혁신성장’ 추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8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역별 혁신성장역량’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혁신성장역량 종합지수는 대전 및 수도권 지역들이 상위권을 독점하는 가운데, 울산은 전국 7위로 중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수의 2대 요인인 혁신기반역량은 4위, 미래산업기반역량은 10위로 양요인간 불균형 심화로 인해 역내 혁신활동의 지역산업 착근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4대 부문 지수를 살펴보면 연구개발(R&D) 부문은 전국 3위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사람·교육 부문 및 창업 부문은 각각 전국 7위로 중위권을 기록하였으며 신산업기반 부문은 전국 15위로 4대 부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혁신성장 경로흐름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R&D 부문이 우수한 지역은 R&D 성과가 창업활동, 신산업과 연계되어 지역경제 생산성 증대를 촉진하게 된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는 이들 요소 간 미스매치 현상이 관찰되었다.
미래 신산업기반이 취약한 주요 요인은 ‘창업이 주력산업과 전략산업으로 이어지는 기술사업화 촉진’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도모하려면 이러한 단절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R&D 역량이 기술사업화를 촉진하고 창업 활성화와 신산업기반으로 연결’되는 지역성장 선순환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주장이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으로 생산현장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중시하여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기여했으나, 산업구조가 경직화됨으로써 산업활동의 다변화와 활력이 저하되고 기술기반 창업이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다행히도 연구중심 대학인 UNIST 설립과 공공연구기관 유치 등으로 고급 연구인력의 유입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산·학·연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축적되어온 지역 제조업의 핵심역량은 미래 신산업의 발굴·육성에 양질의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R&D 역량이 창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연구기관·기업 등 창업원별로 창업촉진 방안을 강구하고, 창업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및 생존을 위해서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시책을 마련하여 창업교육에서부터 사업화, 판로개척 등의 창업지원을 통해 혁신성장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기업·전문인력 간 교류를 통한 융복합 기술과 신산업이 도출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창업기업이 특정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리빙랩(Living Lab)’ 및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 설치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또한, 창업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보육과 투자를 담당하는 울산소재 전문 엑셀러레이터의 추가 설립을 지원하고, 엔젤펀드 및 지역 창업투자펀드 등 투자재원 확충과 투자기관 유치 확대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 R&D 성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부설연구소 설치확대,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활성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울산이 혁신성장을 통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의 주체들이 ‘지역혁신성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육성에 기관의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그들의 경험·지식·노하우를 조직화하고 상호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권수용 울산테크노파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