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알프스’는 마치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울산 울주군, 밀양, 청도, 경주에 걸쳐 1000m가 넘는 9개의 산군(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천왕산, 재약산, 운문산,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을 가진 곳으로 ‘울주 9봉’이라 불려지기도 하며 매년 300만명 이상의 등산객이 찾아오는 명산이다.
울주소방서는 매년 봄·가을철 등산객이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산악전문의용소방대를 영남알프스에 전진 배치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산악전문의용소방대는 20명의 대원으로 구성돼 주말과 공휴일 간월재에 베이스캠프를 운영하면서 구조, 구급, 현장처치, 환자이송 등 소방보조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간월산에서 50대 여성이 발목을 접질렀다. 산악전문의용소방대원 5명이 현장에 출동해 응급처치를 한 후 산악용 들것을 이용하여 내려오려 하였으나, 공룡능선 부근의 산세가 험하고 등산로가 좁아 5명이 교대로 업고 내려온 일이 있었고, 4월25일에는 간월산 정상부근에서 60대 남성이 발목골절과 두통을 호소하는 신고가 접수돼 산악전문의용소방대원 4명과 소방서 구급대원 2명이 출동했다. 산악용 들것을 이용해 하산하던 중 신불산 홍류폭포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심장질환이 의심된다는 추가 신고 접수를 받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기존 환자는 우리가 맡고 추가 신고된 환자는 119구급대원이 담당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신속한 현장 상황 판단과 응급처치를 한 덕분에 복합웰컴센터까지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었다.
관내 산악사고 구조 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149건, 2019년 135건, 2020년 192건이다. 올 가을철에도 산악전문의용소방대는 현장 응급처치 123건, 구급이송 21건, 구조 20건 등 총 164건을 처리했다. 산악 안전사고 예방법 몇 가지를 등산객들에게 알리고 싶다.
첫 번째, 산에 오르기 전 개인 건강상태와 장비를 점검하고, 쉽게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는 비상식량, 방향을 잃을 것에 대비한 나침반, 야간 산행을 대비한 랜턴, 응급 시 필요한 약품 등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산행 시 등산과 하산 시간을 고려해 해지기 1~2시간 전에는 반드시 하산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가을철에는 해가 빨리 지고 기압의 영향으로 날씨 변화가 심하다. 하산은 어둡기 전에 마쳐서 야간산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음주 후 산행은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로 삼가야 한다. 지난 3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악사고 중 음주가 30%로 사고원인 1위를 차지했다. 음주 후 산행을 하는 것은 몸의 균형감각과 판단력을 흐트려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네 번째, 조난을 당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소방서에 신고를 하는데 119산악안전표지판 위치를 활용해 신고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부모와 함께 등산하던 어린아이가 뒤쳐지다가 갈림길을 잘못 들어 조난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부모는 수시로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평소 휴대전화에 119앱을 다운받은 뒤 조난을 당했을 때 이용하면 좋다. 참고로, 영남알프스 내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산악안전표지판은 총 88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구급함은 총 27개가 비치돼 있으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등산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소방서나 산악전문의용소방대가 산악출동 중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득이하게 먼지가 날리고 등산객의 통행에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산악사고와 환자이송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위급한 환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등산객들의 양보와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안전사고는 언제나 부주의와 안전수칙 불이행 등 ‘나는 아니겠지?’란 안전불감증 속에서 발생한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해 가을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영남알프스의 자연을 만끽하길 바라며, 더불어 올바른 산행 문화 정착이 이루어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길 기원한다.
박기성 울산 울주소방서 산악전문의용소방대장